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지난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겉보기에 한 가지는 합의하고 막을 내렸다. 참가국들이 유일하게 합의한 것은 뭔가 행동해야 하며 협상이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세계 주요국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구체적 협약이나 시간표는 전혀 없었다. 가장 불안한 것은, 어떤 국제협상에서든 천명돼야 할 가장 기본적인 현안들에 대한 공개토론조차 완전히 실패했다는 점이다.
근본적 차원에서, ‘진지한 합의’는 개도국들에 탄소방출을 엄격히 제한하도록 요구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다른 부자나라들로선 지구온난화로 인한 심각한 재난을 피하면서 개도국의 탄소방출 증가를 용인해줄 수 있는 탄소감축안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또 한가지는, 미국과 다른 부국들은 개도국들에 탄소배출 감축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지구 환경에 대한 폐해가 이미 엄청나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개도국들에 1인당 탄소배출량을 미국의 4분의 1, 심지어 10분의 1로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짓이기 때문이다. 개도국들이 탄소배출을 제한하게 하려면, 미국과 다른 부국들의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지만 진지하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 코펜하겐에선 단지 개도국의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조성한다는 모호한 약속만 있었을 뿐이다.
1000억달러는 각국 정부가 출연하는 지원금이 아니다. 이 자금은 주로 더 큰 수익을 좇는 기업들의 투자로 조성될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기업들이 태양전지판 생산공장을 개도국에 건설한다는 결정이 1000억달러에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런 시설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배출 줄이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만일 부유국들이 개도국들의 탄소배출 감축을 진지하게 고민한다면 1000억달러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돈이 들어갈 게 분명하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때문에, 선진부국들은 이런 방식의 해결책을 피할 길은 없다. 몇십년 전까지도 부국들은 개도국에 ‘분할한 뒤 점령하라’는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즉 몇몇 핵심 국가에 대한 적은 비용만으로도 개도국들의 단결을 막는 데 충분했다. 그러나 중국의 부상은 이런 접근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단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다고 해서 1인당 탄소배출량을 미국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수준으로 제한하는 데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과 다른 부국들이 중국의 탄소배출을 억제하길 바란다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은 선진부국들에 다른 대안이 없을 만큼 강력한 나라란 사실이다.
중국과 다른 개도국들이 순차적이고 차질 없이 탄소배출 감축을 이행하는 메커니즘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가장 명료한 방법은 선진부국들에 현재 탄소배출량보다 훨씬 급감한 배출기준을 부과하면서, 중국과 다른 개도국들에도 경제성장 범위 내의 탄소배출 허용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개도국들은 남는 허용치를 부국에 팔 수도 있다. 이는 개도국들에 강력한 인센티브다.
개도국에 대한 이런 비용지불 방식은 기후변화의 폐해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치인들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무런 유의미한 결론도 못 내린 채 온실가스만 배출한 코펜하겐 회의 같은 대규모 국제회의를 삼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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