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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창] 무슬림과 민주사회 / 파르진 바흐다트

등록 2010-02-23 20:51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지난해 11월 스위스에서는 이슬람 사원의 첨탑(미나레트) 건설 금지법안이 57%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민주적 제도, 자유, 관용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나라이자 40만명에 가까운 무슬림 인구가 있는 나라가 전세계 무슬림에게 상징적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도 공공장소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얼굴을 포함해 몸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려 한다. 최근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런 옷차림은 프랑스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말했으며, 집권당 당수인 그자비에 베르트랑은 온몸을 가리는 옷을 입는 여성에게는 프랑스 시민권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까지 했다. 최근 프랑스 관리들은 이런 강경태도에서 어느 정도 물러나, 정부 관공서, 국공립 학교와 병원, 공공 교통수단에서만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려 한다.

유럽 국가들이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큰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유럽과 전세계에서 점증하는 이슬람의 영향력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그러나 첨탑 건설이나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에 대한 반대가 이슬람의 성장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실제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슬람의 존재에 대한 그런 형태의 상징적 반응들은 전세계의 이슬람 극단주의 운동에 더 큰 힘과 합법성을 부여할 반발 외에는 아무런 결과도 얻지 못한다.

첨탑 건설 금지는 무슬림들에 대한 모욕일 뿐이다. 그런 조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전파하는 생각, 즉 지금의 유럽과 서방은 전세계의 이슬람권과 무슬림에 대한 전쟁을 벌이려는 십자군의 후예들일 뿐이라는 생각을 더욱 굳혀줄 것이다.

유럽에서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 착용 제한은 더욱 복잡한 문제다. 일부 유럽인들은 그물천으로 만든 눈 부위를 빼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감싼 부르카를 입는 것은 여성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동과 신체의 자율성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들은 인간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인 열린 민주사회에서 얼굴을 감추는 것은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의미있는 상호작용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공공 영역에서 이런 상호작용은 인격 개발에 매우 중요한데, 여성들에게 그런 기회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여성의 인성이 심대한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슬람 여성의 온몸을 가리는 복식에 대한 적절성 논란은 쉽게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자유사회는 시민들이 최대한 개성과 인격을 발전시키는 것이 기초이며, 얼굴을 가리는 복장은 그 발전을 저해한다. 그러나 자유사회에서는 국가뿐 아니라 여론도 시민들에게 특정한 방식의 외양을 강요할 권리가 없다. 시민은 자신의 외모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선진 민주사회는 일부 시민들이 부르카나 다른 수단으로 자신들을 고립시키는 것까지도 포용할 수 있다. 물론, 민주사회는 온몸을 가리는 복식을 선택하는 것이 남편이나 가족의 강요가 아닌 개인의 진정한 선택이란 점을 분명히 할 책무가 있다. 민주적 법은 그 자체가 그런 복식에 강압적일 것이 아니라 그런 복식에 대한 강요를 방지해야 한다.

나아가, 민주사회는 다른 사회에 관용(톨레랑스)의 역할모델을 제공해야 한다. 차이에 대한 관용의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삶의 다른 형태, 즉 서로 다른 믿음, 행동과 생활양식, 파트너 선택과 사랑 등에 대한 관용 같은 것 말이다.


스스로는 무슬림에 대해 상당한 불관용 태도를 보이면서 무슬림 사회가 삶의 다른 형태에 대한 관용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민주사회를 위선적으로 인식되도록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민주사회가 당면한 어려운 시험이다.

파르진 바흐다트 뉴욕 배서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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