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2012년 4월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전작권 전환에 줄곧 반대해오던 사람들이 구실을 하나 더 얻은 것이다. 사람이 어떤 일에 반대하기로 작정하면 끌어들이지 못할 소재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전작권 전환 합의는 한-미 양국 군과 안보당국자들 사이에 길고도 긴밀한 대화와 조율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전작권 전환 합의가 가능했던 데는 한반도 안보상황 판단, 한국군의 역량, 미국의 세계군사운용전략, 한반도 미래 평화정착 등의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중대한 동맹국간 합의를 상황 논리로 무력화하는 것은 우리의 국익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동맹국 미국에 대한 적절한 처신도 아니다. 대한민국은 ‘성숙한 세계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를 유치한 역량 있는 국가다. 그런 국가가 자신의 군사주권을 이양받기에 주저한다면 미국과 국제사회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반대론자들은 2007년 이후 변화된 안보상황, 한미연합사 해체로 인한 안보공백, 2012년의 시기적 부적합성을 말하고 있다. 2007년 합의 시점 이후의 안보상황 변화에 대해서다. 여기에는 흔히 북핵문제와 미사일을 위시한 비전통적 위협 증가가 꼽힌다. 2007년 합의 때도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엄연히 있었다. 당시 협상가들이 북핵과 미사일 문제가 단기에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에 평화가 올 때까지 연기하자는 주장은 전환하지 말자는 말과 진배없다. 그러기보다는 비핵화 외교와 한반도 긴장완화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주장이 한층 건설적이다.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만 해도 그렇다. 한미연합사는 새로운 한-미 ‘신연합체계’로 대체되어 우리 군이 주도, 미군이 지원하는 역할 변화가 일어날 뿐 사활적 변화가 없다. 2012년에 주한미군은 그대로 한국에 남는다. 지금 한-미 동맹은 과거 정부보다 한층 강화되고 격상되어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우산에 더해 ‘확장 억지력’ 제공까지 합의되어 있다. 실제 한-미는 해마다 유사시 증원계획에 따라 합동군사연습(키리졸브)을 하고 있으며, 전작권 전환에 대비한 합동훈련(을지프리덤가디언)도 하고 있다. 2012년이 관련국들에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다. 2006년 한-미 합의 당시 미국은 2009년에 전환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안보불안, 준비기간 등을 고려해 최대한 늦게 잡았던 것이다. 2012년이 시기상조라면 언제가 적당한지 되묻고 싶다. 군사주권은 그 자체로 최상위의 가치이다. 특히 ‘성숙한 세계국가’를 지향하는 국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천안함 사태 등을 비롯해 북한에 합당한 대응을 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도 전작권이 우리 군에 있어야 자율적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향후 남북 군사회담이나 평화협정 과제 등에 대비해서도 필요한 요소다.
미국에 연기를 요청할 때는 신뢰의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 모든 점들을 고려할 때 전작권 전환 합의는 그대로 이행하는 편이 옳다. 이수훈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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