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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미소금융’의 성공을 위하여 / 김성택

등록 2010-05-11 22:13

김성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김성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선진국가로의 도약은 국내총생산(GDP)을 높인다고 달성되는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경제발전은 지속가능해야 하며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2003년 신용위기 이후 300만명 이상의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면서 우리 사회에 또하나의 소외계층이 대두했다. 정부는 장애인과 취약계층 등의 사회적 불이익자들의 자활을 위해 2006년부터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경제적 취약자들인 금융소외자들을 위해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을 본떠 만든 미소금융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라민은행을 만든 유누스는 빈민들에게 소액대출로 서민들을 구제한 공로로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사회적 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서 알려져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서는 794만명(여성이 97%)에게 소액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2560곳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런 ‘마이크로뱅킹’의 미소금융제도를, 대기업과 은행들로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으로 기부금을 출연받아 10년간 2조원 규모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미소금융재단의 자료를 보면, 미소금융 35개 지점에서 지난 4월12일 현재 743명에게 약 53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1인당 대출금액은 약 700만원이다. 지원 분야 중에 ‘무등록사업대출부문’은 해당 계층에 500만원까지 신용대출이 된다고 한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500만원으로 창업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포장마차라도 하라는 모양인데 우리의 밤거리는 이미 노점상으로 포화상태이다. 정부가 주도해 이런 계층을 무책임하게 양산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되려면, 신용등급이 높아도 안 되고 7등급 이하여야 한다. 보유재산이 85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과거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제외된다. 이 제도가 엄격하게 집행되는 이유는 정부 주도로 대기업과 금융권의 출연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조건이 까다로운 것은 대출 회수율을 높이고자 함이다. 금리가 연 2.0~4.5%로 낮은 만큼 본 사업의 유지비도 나오기 힘든 판에 대출 회수율이 낮아지면 2조원의 재원은 금세 바닥날 것이라는 점을 잘 알기 때문이다.

사회가 성숙함에 따라 제3섹트에서의 사회운동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된 ‘사회적 기업’을 정부가 주도해 성과와 실적만을 위해 시장논리를 무시하고 추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유엔이 2005년을 ‘세계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로 선포하고 이 제도의 확산에 노력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개발국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다.

우리 경제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세계 10위권의 경제국가이다.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기는 대단히 어렵고 또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500만원으로 지속가능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한다. 방글라데시는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이고, 사업 형태도 대다수가 가내수공업 같은 단순한 것이다. 또 수혜자의 97%는 여성이다. 저개발국 기혼여성의 자녀양육과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성실함이 성공 요소였던 그라민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이 우리 사회에서도 성공하리라 보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당장 정책의 시혜자와 수혜자의 책임성을 높이고, 현장방문을 통한 실사와 적극적인 사업성 검토, 교육 등을 실천하면서 본 사업이 지속적으로 유지 운영될 수 있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김성택 경희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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