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천안함 침몰사건이 국방부의 조사결과 발표로 일단락지어졌다. 북한 소행임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제시되면서 우리 외교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우리 정부의 기본 대응방안 중 하나가 북한의 ‘군사적 공격’이 정전협정을 위배했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에 이 사건을 회부시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성과를 올리려면 중국의 협조가 관건이다. 첫째, 중국은 유엔 안보리의 5개 상임이사국 중 하나이다. 상임이사국 중 두 나라, 즉 미국과 영국이 사건 조사에 참여했다. 그리고 프랑스는 서구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이런 북한의 행동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경우 북한과 우호협력조약을 체결한 국가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동맹관계는 아니다. 그러나 북한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중국은 다르다. 그래서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시종일관 중립적 태도와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태도를 협조적으로 전환하려면, 확보한 증거를 가지고 중국을 설득하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둘째, 중국은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이른바 ‘발전중 국가’(과거의 ‘제3세계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중국은 스스로를 ‘발전중 국가’로 규정하고 지난 반세기 이상을 이들의 이익과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 정부가 유엔에서 추진할 수 있는 ‘단호한 대응’은 성명문 발표, 제재결의안 채택과 응징(보복)조처 등이 있다. 이 모든 대응의 정당성은 북한의 군사적 공격으로 유엔 헌장 2조 4항과 정전협정을 위배한 데 있다. 중국의 지지는 곧 ‘발전중 국가’의 지지 확보를 의미한다. 우리가 어떠한 대응을 추진하느냐는 우리 정부의 몫이나, 이의 채택 여부는 국제사회의 것이다. 그러므로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중국을 설득하는 것이 유엔 회원국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발전중 국가를 일일이 설득하는 것보다 국제사회의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는 데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것이다. 문제는 중국의 협력을 어떻게 이끌어내느냐는 거다. 상당히 전략적이고 고도의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를 많이 준비해야 한다. 중국의 처지에서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접근법이 요구된다. 중국은 북한이 연루된 사건에 매우 민감하다. 그러니 사전에 우리의 주장을 공표하지 말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중국과의 협상에서 성명문, 제재결의안이나 응징조처 등의 카드를 제시하면서 우리가 선호하는 선택을 설명하고 중국의 선택에 대해 논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접근법을 통해 타협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둘째, 중국의 협조에 대한 대가를 고려해야 한다. 외교는 주고받는 것이다. 중국은 6자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원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 이후 우리와 미국은 ‘선 사건해결, 후 6자회담’을 견지해왔다. 이제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사건에 대한 대응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북한의 군사적 공격으로 결과가 발표되면서 사건이 원칙적으로 종결되었다는 자세로 중국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북 대응의 미비로 사건의 미종결을 중국에 주장하면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가망이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의 협력을 위해서 우리는 중국의 6자회담 개최 요구에 좀더 유연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중국도 정전협정 체결국 가운데 하나로서 이의 위배사항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논리에서 이번 사태가 정전협정을 위배한 것이 드러남으로써 중국에 책임있는 자세로 사건에 임해야 할 의무를 우리가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외교가 막중한 시험대에 올랐다.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중국에 접근하면 우리 외교는 또 한번 좌절을 맛볼 것이다. 우리 주장의 사전 공표를 피하고 중국과 밀담하는 지혜로움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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