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
사법개혁 논란이 커지고 있다. 사법개혁에 참여했고, 또 사법개혁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논란이 커질수록 사법개혁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심을 비껴가는 주장이 있다. 일각에서는 판사의 독단적인 재판진행이 문제라며, 사법개혁의 핵심이 법원이라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이번에 무죄판결을 받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예로 든다. 최근 무죄를 받은 ‘피디(PD)수첩’ 사건이나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 미네르바 사건 등을 예로 들기도 한다. 법원도 개혁돼야 한다. 단적인 예로 신영철 대법관이 아직도 업무를 보고 있다. 대법원은 공식적으로 신 대법관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직무를 보고 있다.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사람이 법관의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한국 법원의 현주소이다. 이것이 개혁의 대상이다. 즉,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법원의 개혁문제가 목전의 검찰개혁을 가릴 수는 없다. 한국 검찰은 더이상 집중될 수 없을 정도의 많은 권한이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 국가형벌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그러나 검찰 권한을 견제할 수단은 없다. 검사와 스폰서 스캔들에서 볼 수 있듯이 부패에 대한 자정능력과 윤리의식도 매우 낮다. 검찰의 구조적 문제가 선명히 드러난 것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검찰이 보여준 위법행위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피의사실 공표죄, 강압수사, 표적수사, 플리바기닝(유죄협상), 수사기록 누락 등 수사권을 남용한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수사과정의 위법이나 수사권의 남용을 공소제기 과정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하지 못했다. 재판과정에서도 아들의 유학생활이나 골프를 치는지 여부 등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프라이버시 관련 사실을 공개하여 도덕성을 공격했다. 이 사건에서 여느 사건과 달리 검찰의 문제가 드러난 것은 공판중심주의 때문이다. 공판중심주의, 구두주의, 직접주의가 적용된 재판과정을 통해서, 판사는 판사실이 아닌 재판정에서 국민들과 함께 쟁점을 검토하고 심증을 형성한다. 국민은 판사의 결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판사와 국민이 함께 재판을 하는 것이다. 이로써 판결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소통과 참여는 신뢰의 기본이다. 이것은 또한 사법개혁의 결과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은 공판중심주의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검사와 변호사, 판사까지 모두 최선을 다했다. 필요한 증언과 증거가 모두 제출됐다. 특히 뇌물을 전달했다는 곽영욱의 진술에 대해 검사와 변호사는 총력을 다해 다투었다. 결론을 떠나 재판에 집중한 소송관계자들의 태도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최근 어느 학자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극히 원칙적이고 추상적인 사법개혁론을 펼치면서 이 사건을 두고 “재판장이 모든 증거를 다 판단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붙였다. 재판의 진행경과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고 한 무책임한 말이다. 한 전 총리 사건은 검찰 권한이 견제 없이 행사됐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말해주는 사건이다. 검찰은 여전히 정검유착의 구도 안에 있다. 검찰개혁을 위해서 정치적으로는 정권과 검찰의 유착관계를 깨고 제도적으로는 검찰의 권한을 견제하고 분산해야 한다. 반복되는 검찰 부패는 검찰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문제는 특별검사제를 발전시킨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로 해결해야 한다. 자신을 수사해야 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수사기관이 필요하다. 사법개혁은 핵심을 비껴가서는 제대로 할 수 없다. 참여정부가 도입한 법조일원화, 국민참여재판, 공판중심주의 등은 단순히 로스쿨의 들러리가 아니다. 우리 사법제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는 개혁작업이었다. 참여정부의 사법개혁 중 가장 미흡한 부분은 검찰개혁이었다. 사법개혁 중심은 검찰개혁이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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