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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나의 트위터 도전기 / 김도형

등록 2010-06-23 21:35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
@aip209. 지난 12일 시작한 내 트위터 아이디이다.

“관심분야는 한국 사회의 소통구조, 일본과 재즈”라는 짧은 자기 소개 글을 이 신기한 공간에 올린 뒤 하루에도 몇번씩 들락거린다. 23일 아침 한국의 첫 원정 16강이 확정된 뒤 “16강행 축하! 축하!”라며 수다를 떨기도 했다.

트위터 시작 이후 지금까지 “일본팀 첫승 축하! 한국과 함께 16강 가자!” “정대세의 눈물 그렁한 표정, 무엇을 느낄 것인가” 등 월드컵 감상문 위주로 13개의 글을 올렸다. 그러나 팔로어(추종자)는 며칠째 4명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문화부 기자 3명과 회사 동기 1명 등 동료 4명이다. 트위터 본연의 기능이 낯선 이와의 관계맺기라고 한다면 뭔가 부족한 셈이다.

“이게 뭐야”라며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아직까진 트위터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나이 50에 낯선 세상에 도전했다는 대견함 같은 게 아직 있다. 며칠 전부터 아내에게 휴대폰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은 것은 트위터질의 소득이기도 하다.

트위터에 도전할 생각을 한 것은 <한겨레> 문화부 구본준 기자 덕분이다. 한겨레 파워블로거의 한명인 구 기자는 지난해 초부터 트위터를 시작해 1000명이 넘는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다. 건축과 만화 등 자신의 관심 취재분야에 관해 열심히 트위터질을 하면서 취재원은 물론 대다수 모르는 이들과 소통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솔직히 부러웠다.

트위터를 하면서 제일 신기한 것은, 내 트위터에 참여한 상대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한겨레> 문화부 남지은 기자가 ‘팔로잉’하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트위터질을 엿보는 재미 같은 것이다. “하늘이 좋다. 언제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고, 보고 싶지 않을 때는 보지 않아도 된다.”(6월11일) 그의 트위터 팔로어 6만명 중에 상당수의 한국인을 발견하고 새삼 한국내 무라카미 파워를 느꼈다.

한국의 작가 이외수는 무라카미보다 3배 이상 많은 팔로어를 보유한 대표적 파워트위터리언이다. 오늘 새벽 나이지리아전 경기 19분 전 “태극전사들이여, 대한민국의 명예를 걸고, 분연히 일어서라”라는 글을 올린 그는 경기 뒤 곧바로 “열심히 싸운 태극전사들에게 손바닥이 꺼질 정도로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확인해보니 팔로어 수백명의 답글이 붙었다.

한국에서 트위터 세계는 개인 사이 소통을 넘어서 집단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으로 부각됐다. 집단적 투표참여 운동의 강력한 수단으로 6·2 지방선거의 이변에 기여한 트위터는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에서 더욱 위력을 떨치고 있다. 사람들이 열심히 휴대폰이나 컴퓨터 자판을 누르며 트위터로 즉각 흥분과 감격을 함께 나눈 것은 2002년, 2006년 월드컵 때와는 다른 한국의 응원 풍경이다.


그러나 난 아직도 어떻게 트위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140자 이내의 짧은 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데 익숙한 20~30대의 경쾌함을 따라가기에 솔직히 버거움을 느낀다. 회사의 한 선배는 그 때문에 트위터를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고 했다. 최근 <한겨레>의 매거진 ‘ESC’에서 소설가 이기호씨가 트위터의 속성을 지적한 내용이 마음에 와닿는다.

트위터는 “우리를 속물로 만들어주면서, 또 한편 속물이라는 사실을 잘 감추어주는 매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의 말대로 남의 평가에 연연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속물근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초보 트위터 이용자의 고백이다. 그렇지만 속물이면 어떠랴. 이념, 세대간 갈등이 어느 나라보다 노골적인 한국에서 트위터가 소통의 매체 구실을 할 수 있다면.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남을 인정하고 답글을 열심히 하자고 다짐한다.

김도형 문화부문 편집장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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