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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미-중의 유라시아 패권 다툼 / 윤석천

등록 2010-07-30 21:02

윤석천  경제평론가
윤석천 경제평론가
현재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긴장 양상은 겉으로는 남과 북의 대결이지만 그 속내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전세계에서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전쟁중인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무력시위중인 동북아의 한반도, 그리고 경제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는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이 될 것이다. 이들 분쟁지역 모두는 영국 지정학자 핼퍼드 매킨더가 말한 지정학적 피벗(pivot)이다. 이처럼 슈퍼파워들의 패권 경쟁 뒤에는 항상 매킨더의 지정학적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소련이 대립했던 냉전시대는 물론이고 탈냉전시대라는 현재도 매킨더 이론은 시퍼렇게 살아 아직도 슈퍼파워들의 패권 경쟁의 출발점 구실을 하고 있다.

매킨더 이론의 핵심은 ‘세계 섬(World Island), 즉 유라시아를 지배하는 자가 전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매킨더는 유라시아를 지배하면 전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했을까? 이 지역엔 세계 인구의 75%, 세계 국민총생산의 60% 그리고 세계 부존에너지의 75%가 집중되어 있다. 미래의 경제적 가치는 그 정도를 측량할 수 없을 정도로 클 뿐 아니라 지정학적 가치 또한 엄청나다. 이곳을 장악하게 되면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극동까지 한 번에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라시아는 냉전시대에는 소련의 패권하에 있었다. 그러나 소련 붕괴 뒤 이 지역은 힘의 공백 상태가 되면서 새롭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지역의 패권을 둘러싼 미-중의 대결 양상은 2001년에 탄생한 상하이협력기구(SCO)로 촉발되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 기구에는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6개국이 참여했다. 몽골, 인도, 파키스탄, 이란이 옵서버 형태로 참여한다.

이들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연례회의에서 단순한 경제협력뿐만이 아니라 현재의 달러 시스템을 견제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이 성명에 브라질과 인도가 참여했다는 점이다. 브릭스라 불리는 유라시아의 용들과 남미의 신흥세력이 연합을 해 미국의 달러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미국은 이 기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으며, 심하게는 나토에 대한 도전으로까지 인식하고 있다.

현재 한반도와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장 양상 역시 유라시아를 장악하려는 미-중 대결의 한 국면에 불과하다. 상하이협력기구를 기반으로 한 중국의 유라시아 장악 시도에 맞서 미국은 그 외곽을 포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것을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동맹국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사상을 떠나 21세기는 유라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 또 러시아는 우리가 유라시아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다. 힘이란 영원할 수 없다. 미국이란 거대한 힘 역시 마찬가지다. 그 힘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그 힘에만 의지해 기생할 수 있는 시대는 갔다. 또 너무 위험천만하다.


이미 중국은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극단으로 치닫는 정치·군사적 미국 편향은 한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오늘날 중국을 배제한 한국 경제의 발전은 불가능하다. 매킨더의 지정학적 논리는 군사적 전쟁에서만 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다. 경제전쟁에서도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유라시아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 틀림없다. 시장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시장은 일정 부분 정치행위의 결과물이다. 극도로 미국에 편향된 정치·군사행위가 어쩌면 21세기의 최대 시장을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훅(hook.hani.co.kr)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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