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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밭에서 나는 고기’ 콩 / 김욱한

등록 2010-08-16 21:46

김욱한 농촌진흥청 전작과장
김욱한 농촌진흥청 전작과장


콩은 우리 선조들이 이 땅에 삶의 터전을 일구기 시작하면서부터 벼, 보리와 함께 주곡작물로서 재배돼 왔다. 주식인 쌀과 더불어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의 식탁을 지켜온 작물이다. 된장과 간장은 한 집안의 음식 맛을 대표하고, 두부와 콩나물은 어느 가정에서나 빼놓을 수 없는 반찬이다.

콩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40%)은 농작물 중에서 으뜸이다. 우리네 선조들은 일찍부터 콩의 우수한 효능을 체험을 통해 알았다. 콩을 “밭에서 나는 고기”라고 부르며 항시 밥에다 콩을 넣어 먹음으로써 건강을 유지해왔다. 신선한 채소가 없는 겨울철에 콩나물을 길러 먹음으로써 충분한 비타민을 섭취해온 것도 놀라운 지혜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최근 콩에 골다공증, 관절염, 당뇨병, 각종 암 등 성인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기능성 물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는 사실이 차례로 밝혀지고 있다. 식량으로서뿐만 아니라 건강식품으로서도 그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콩은 이처럼 건강식품으로 인식되어 북미, 남미, 인도를 중심으로 재배면적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9년 기준으로 국가별 재배면적 비중을 보면 미국 30.6%, 브라질 22.4%, 아르헨티나 18.5%, 인도 9.5%, 중국 8.7%로 이들 5개국의 콩 재배면적이 세계 전체의 90%에 이르다. 반면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30만㏊에 달했던 콩 재배면적이 지금은 7만㏊로 크게 감소했다. 전체 경작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미미하다. 식용 콩의 자급률 역시 1965년 109%에서 현재는 28%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그 결과 식용 콩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콩 수입국이 되고 말았다. 콩과 같은 기초 식량은 자급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콩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밭작물인데도 이처럼 설 땅을 잃게 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벼농사의 70%에 불과한 소득과 작업의 기계화 미흡 등에 따른 재배관리의 어려움을 들 수 있다. 또 수입 콩과 비교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공급이 불안정한 탓에 식품업체들이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는 주로 수입산을 원료로 사용해왔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인데도 우리 콩으로 만든 두부·된장·콩나물 등을 찾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 콩의 미래를 위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더해 정부에서도 쌀 생산 조정 정책의 일환으로 논에서 콩을 재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지원책도 속속 내놓고 있다. 한 예로 올해부터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할 경우 소득차 보전을 위해 ㏊당 30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 식품업체들이 우리 콩을 이용한 제품의 다양화 작업에 나서기 시작했다. 콩 생산 농가와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있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다. 계약재배를 통해 콩 생산 농가에 소득이 보장되고, 이를 통해 다시 재배면적이 늘어나 콩의 공급이 원활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있다.

콩은 우리 입맛에 익숙한 식품으로서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또 비상시 단백질 섭취의 부족을 보충할 수 있는 육류의 대체재로서, 그리고 식량안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가야 할 작물이다. 더 나아가 섬유, 바이오에너지, 잉크 등의 공업용 원료작물로서도 그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콩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가치를 입증해주는 대목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농민이 생산한 우리 콩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수 있도록 콩 생산 농가는 물론 정부, 연구기관, 기업 등 모두가 힘을 모을 때다.

김욱한 농촌진흥청 전작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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