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환 영산대 교수·정치학
최근 감사원이 아프리카 주재 한국대사관이 턱없이 부족하여 자원외교는 물론, 수출과 공적개발원조(ODA)의 효율적 관리에도 문제가 많음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에 구조적 결함이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아프리카 서부의 최빈국 부르키나파소에서 원조를 부탁해 왔다. 부존자원이 없는데다 바다까지 없어 더욱 가난한 이 나라의 소도시 포(P<00F4>) 시장이 시청 부속건물을 청소년문화시설로 개조하는 데 필요한 컴퓨터, 텔레비전 등 1500만원 상당의 기자재 지원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가 대외원조액 배가와 함께 아프리카에 해외봉사단원 1000명 파견이라는 거대(?)한 포부를 밝힌 시점이라서, 관할 기관인 국제협력단(KOICA)에 직접 신청하되 서류는 영어로 작성하는 게 좋을 거란 충고를 덧붙였다. 일이 성사되면 우리의 불어 전공 대학생 10명 정도는 현지에 자원봉사 나갈 수 있으려니 기대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만다.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현지인에게 영어 문서 작성이 쉽지 않음을 잘 아는 필자가 중개 역할을 마다한 이유는 오래전부터 코이카에 전문가 인력풀 등록을 신청했으나 응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절반이 프랑스어권임에도 코이카의 역할이 미미한 것 또한 프랑스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탓으로 봐야 할 것이다.
프랑스어권 국가인 세네갈에 우리 협력단원이 꾸준히 파견되는 것은 현지 대사관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다. 그러나 수도 다카르 시내의 일본국제협력단(JICA) 사무실에 그득한 십수명 직원의 분주한 모습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다. 또다른 프랑스어권 국가 콩고에도 우리 원조의 손길이 미쳐, 킨샤사에는 정부기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새로 깔아 주었지만 초기에 제대로 운용이 되지 않아 지난겨울에 온통 난리를 겪었다.
2년 전 브라자빌의 호텔에서 본 코이카 로고가 선명히 찍힌 신형 국산 승용차들은 지금 어떤 상태에 있을지도 걱정이다. 혹 고장난 채 방치되어 우리 자동차의 수출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후관리 없이 덜렁 자동차만 ‘선물’해온 우리의 겉핥기식 원조 관행이 21세기 최후의 시장 아프리카에서 일본차의 독주에 일조한 면도 분명 있을 터이다.
한국 기업(대우로지스틱스)의 과욕이 정권 교체까지 초래한 마다가스카르의 경우는 더욱 상황이 심각하다.
국제사회에서 중국 뺨치는 신제국주의의 전형으로 우리를 비난받게 한 ‘마다가스카르 콘플릭트’도 효율적인 원조가 선행되었더라면, 아니 그 나라의 정치·경제에 관한 기본적 연구만 축적되어 있었어도 충분히 회피 가능했던 사안이다. 이 파행과 비효율은 아프리카에 관한 우리의 체계적인 학술연구 부재에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까지도 이미 1960년대 탈식민에 즈음하여 아프리카 연구기반 조성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바 있다. 최근에야 우리 정부가 원조 및 자원외교 강화를 위해 연구예산을 배정한 것은 환영할 일이나 그 방향 설정이 과연 올바른지가 의문이다.
50억원의 예산이 풀렸다는 소문과 함께 일부 대학이 빈곤문제와 공적개발원조 연구에 나서긴 했지만 빈곤 밀집지역인 프랑스어권 아프리카를 제쳐두고 또 영미문화권을 대상으로 한 잔치가 될 듯해서 문제다. 올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 연구지원 600여건 중 아프리카는 단 두 건이다. ‘앓는 소리’ 하던 독일어권 쪽에도 20건이 넘었다. 아프리카 연구 진작을 위한 전국 대학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관련 부처를 두루 방문했지만 결과는 직접 지식경제부에 가서 예산을 타내 오란 것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아프리카 외교와 공적개발원조의 ‘대략난감’한 현주소이다. 감사원의 발표가 없었으면 꺼내기조차 어려웠을 아프리카 전공 학자의 오래된 푸념이기도 하다.
한양환 영산대 교수·정치학
한양환 영산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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