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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친서민 공정사회로 간다는데 / 김종철

등록 2010-08-25 20:47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논문표절, 탈세와 스폰서 의혹 등등 끝이 없다. 인사청문회가 처음도 아닌데 언제까지 이런 불쾌한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가.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말대로 후보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격조 높은 청문회를 정말이지 보고 싶다.

그러자면 흠결이 있는 사람들은 청와대에서 사전에 걸러내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정략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문제투성이 후보들을 내놓아봐야 국회에서 야당 좋은 일만 시켜준다는 것은 복잡한 셈법이 필요없는 정치 상식이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도 2년6개월 전 이른바 ‘강부자’, ‘고소영’ 내각으로 이런 교훈을 얻었다. 더구나 이번에는 지난 6·2 지방선거 패배 후 두 달이나 준비한 개각이다.

그러나 막상 인사청문회 뚜껑을 열고 보니 썩은내가 진동한다. 김태호 총리 후보는 선거자금 10억원 불법대출 의혹, 미심쩍은 재산증가, 부실 재산공개, 부적절한 돈거래, 부인의 사적인 관용차 사용 등이 드러났다. 관용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적이 없다는 따위의 거짓말도 했다. 젊긴 한데 참신하지도 깨끗하지도 않다. 오히려 공과 사도 구분 못 하는 낡은 공직자 티가 역력하다.

모든 후보가 이런저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는 이번 청문회의 ‘백미’다. 이 후보는 산업자원부 고위공무원 시절 “노후대책”으로 쪽방촌 집을 샀으며, 공무원 퇴직 뒤에는 로펌에 고문으로 취직해 그의 말대로라면 ‘하는 일 없이’ 1년여 만에 5억여원의 거액을 벌었다. 뛰어난 재주다. 신 후보는 1993년 이후에만 무려 17번이나 부동산을 사고파는 등 부동산 재테크의 달인일 뿐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스폰서를 구했다. 전업주부인 자신의 부인을 고용해 거액을 보태주는 친구가 둘이나 있는가 하면 고급승용차를 공짜로 타고 다니게 한 지인도 있었다. 조선시대로 치면 언관이었던 언론인 출신인데 행보는 난전 상인 같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도 명백하게 부적격자다. 딸이 우리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택한 것은 당사자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그 뒤 2년 동안이나 대한민국 건강보험 혜택을 누려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건보재정을 축낸 사람이 보건의료의 총책임자가 돼 건보재정 강화를 얘기할 때 말발이 먹히겠는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의 기준이라면 이들뿐 아니라 나머지 대부분의 후보자들도 진작에 탈락했어야 한다. 그때는 위장전입(장상 국무총리 후보)이나 논문표절(김병준 교육부총리 후보) 단 한 가지 사유로도 낙마했다.

그런데도 이 정부 사람들은 “죄송하다” “불찰이다”고 머리만 조아린 채 “기회를 달라”며 버티고 있다. 어떤 이는 쪽방촌을 기부(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하고, 부인이 사적으로 사용한 관용차의 기름값을 반환(김태호 국무총리 후보)하고, 망언 피해자인 천안함 유족과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에게는 무릎 꿇고 사과(조현오 경찰청장 후보)하는 등 몸과 돈으로 때우려 하고 있다. 또 누구는 “앞으로 인생의 교훈으로 삼겠다”(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고 한다.

명백한 불법과 부도덕에도 어물쩍 넘어가려면 청문회는 왜 하는가. 이들이 이렇게 구질구질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음부터) 검증 기준을 강화하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잊은 게 있다.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 국정 방향이 친서민과 공정한 사회라는 점이다. 투기꾼과 공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친서민이나 공정사회와 어울리지 않는다. 국민과 등질 생각이 아니라면 청와대도 문제 후보들을 계속 옹호하기 어렵게 돼 있다. 따라서 그나마 창피를 덜 당하려면 스스로 빨리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마지막이라도 깔끔하게 해서 청문회 제도 자체를 더이상 희화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종철 정치부문 편집장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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