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국회 청문회를 본 시민들을 열불 나게 했던 ‘비리 종합세트’ 중 위장전입, 위장취업, 스폰서 유착 세 가지만 보자. 먼저 신재민, 이현동, 조현오 세 후보자는 자식 진학 목적으로 위장전입을 했음을 인정했다. 특히 신 후보자의 위장전입은 상습적이다. 그는 세 딸이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시기마다 좋은 학군으로 총 다섯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맹모삼천지교’? 맹모는 실제 거주지를 옮긴 실거주자였기에 위장전입 자체가 거론될 수 없다. ‘인지상정’? 이는 좋은 학군으로 이사하거나 주소를 옮길 여력이나 인맥이 없는 시민의 마음을 후벼 파는 소리이다.
그런데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위장전입에 대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자고 나섰고, <조선일보>는 사설로 화답했다. 필자는 실수요자의 아파트 분양권 취득 목적 위장전입을 처벌하는 것은 ‘과잉범죄화’의 예로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서울 살다가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이사 갔는데 서울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으려고 주소를 서울 소재 친인척 집으로 옮기는 것, 무주택자로 경기도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서울지역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서울 소재 지인 집으로 주소를 옮기는 것 등. 그런데 당국은 투기 목적의 악질적 위장전입은 외면하면서 실수요자의 위장전입만 단속하고 있다. 조선일보나 한나라당이 옹호하는 위장전입의 허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하다. 자기편 옹호하는 데도 지켜야 할 금칙(禁則)은 있는 법이다.
둘째, 신 후보자의 배우자 윤아무개씨는 위장취업했다. 국문과 출신 전직 아나운서로 전업주부였던 윤씨는 2004년 반도체업체에서 총 3000여만원의 급여를 받으며 11개월 동안 비상임 감사로 근무했다. 2007년 1년 동안 설계감리업체에서 약 56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이런 일은 공청회 추궁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신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업체 대표는 업무상 배임 등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
위장전입과 위장취업이 심각한 문제임에도 청와대 검증에서 걸러지지 않았던 것은 아마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 네 자식의 학교 입학을 위하여 위장전입을 수차례 하였고, 아들을 자신의 회사에 위장취업시켜 월급을 지급하였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주군’의 과오와 유사한 ‘신하’의 과오를 문제삼으면 ‘주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것이므로.
셋째, 김태호 총리 후보자의 행적은 지역 ‘스폰서’ 및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유착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2004년 6월 경남지사 보궐선거에서 고향 선배인 화성종합건설 최아무개 대표로부터 선거자금 4억원을 빌린 것, 공식적인 베트남 방문 2개월 뒤인 2006년 8월 말 개인 자격으로 박 전 회장과 호형호제하는 함안 마애사 무진스님과 함께 태광실업 해외법인이 있는 동나이성을 방문한 것, 2007년 이후 가족과 함께한 수차례의 외국여행에 사용했다는 현금 7700만원의 출처가 불분명한 것 등.
특히 김 후보자의 베트남 방문 정황은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어 처벌받은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의 경우와 너무 유사하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검찰 조사 당시 베트남 방문의 일정이나 동행한 스님과의 관계에 대해서 질문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연차 게이트’ 무혐의 내사 종결 결과를 얘기해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의에 김 후보자는 “검찰 간부”라고 답했다가 바로 “지인”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김 후보자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생각건대 김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된다면 특별검사에 의한 재수사가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일단 이런 후보자들의 지명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공정한 사회’는 공허한 수사이고, 이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허투루 읽었음을 또는 읽지 않았음을 자인하는 셈일 것이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