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8·8 개각 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 끝에 3명이 낙마했다. 자진사퇴라고 하나 내용은 지명철회, 즉 경질이다. 그래도 고집 피운 것에 비하면 낫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수습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 수습조차도 겉수습에 그치고 있다. 여전히 문제인사들을 끌어안고 토닥여 주기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의라고 하면 화타를 떠올린다. 삼국지에서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치료한 화타가 진정한 명의로 꼽은 사람은 자기 형들이다. 큰형은 병이 생기기 전에 조절해서 아예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작은형은 병의 조짐이 보이면 미리 알고 조절해서 큰 병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 정부를 보면서 화타의 형처럼 되라고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화타처럼 기왕에 발생한 증상이라도 깨끗이 치료해야 한다. 화타가 명의인 것은 대충 치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의 인사파동에 대한 청와대의 수습책은 미봉으로 병세를 호전시키기에 역부족이다. 민심을 대하는 자세는 고사하고 이대로 갔을 때 정부가 겪을 참화를 생각하면 어떻게 이토록 미련한가 싶다.
성공과 실패는 단짝이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는 1945년 총선에서 국민들한테 버림받았다.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은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뒤 되레 재선을 포기해야 했다. 일찍이 맹자가 말한 일치일란(一治一亂)도 같은 맥락이다.
6·2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여권은 미적미적 쇄신을 미뤘다. 그러다가 7·28 재보궐선거에서 운 좋게 이겼다. 이게 독이었다. 성공에 취해 몽롱해진 것이다. 억지 허울을 갖다붙여 개각을 자화자찬하더니 허망하게 무너졌다. 마키아벨리가 운명의 여신을 거칠게 다뤄야 한다고 했던가. 성공의 여신은 부드럽게 다뤄야 하는 모양이다.
8·8 개각이 망사로 끝난 것은 실수 탓이 아니다. 이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랬고, 이 정부의 인사는 항상 초지일관했다. ‘우리끼리 해먹자’, 오직 이것뿐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갖고 요리해야 맛있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는 법. 허구한 날 그 나물에 그 밥이면 누가 좋아하랴. 이 식당이 잘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이 정부가 사숙하는 모델이 레이건 정권이다. 감세, 친기업(pro-business)·반노조(anti-labour) 정책, 반공노선이 부러웠을 것이다. 그 레이건이 선거에서 승리한 뒤 ‘배신’을 했다. 당내 경선에서 자신과 맞붙었던 사람의 선거본부장을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바로 제임스 베이커다. 레이건을 둘러싸고 있던 에드윈 미즈나 마이클 디버 등 캘리포니아 사단은 대경하고 실색했다. 그러나 객관적 평가에 의하면 레이건의 성공에는 이 인사의 힘이 컸다.
중국 역사상 최고의 치세는 당 태종의 정관지치이다. 태종 이세민이 형제들 사이의 왕권 다툼에서 승리한 뒤 발탁한 인물이 위징이다. 위징은 이세민과 왕권을 다투던 형의 참모였다. 그런 그를 전격 발탁해 자신의 거울로 삼았다. 방현령, 두여회 등 생사를 같이한 참모들이 만류해도 듣지 않았다. 이 인사 덕분에 당 태종이 태평성대를 열 수 있었다.
현 정부의 인사권자가 레이건이나 당 태종 같은 열린 마음을 갖지 않는 한,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인사 실패는 되풀이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협량한 마인드, 즉 협심(狹心)인 것이다. 엠비는 자신이 옳다는 착각에다 작은 승리까지 오만에 흠뻑 취해 있다. 게다가 ‘노’라고 말하는 참모도 없다. 최악이다. 삼국지에서 화타는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다. 편두통을 앓고 있는 조조에게 화타가 ‘머리를 쪼개고’ 하는 수술을 권했기 때문이다. 지금 화타처럼 엠비에게 ‘머리를 쪼개는’ 수술을 권하는 참모를 기대하는 것이 가능할까? 누군가 내게 대뜸 이렇게 말한다. ‘자다가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리여.’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현 정부의 인사권자가 레이건이나 당 태종 같은 열린 마음을 갖지 않는 한,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인사 실패는 되풀이될 것이다. 문제의 원인은 협량한 마인드, 즉 협심(狹心)인 것이다. 엠비는 자신이 옳다는 착각에다 작은 승리까지 오만에 흠뻑 취해 있다. 게다가 ‘노’라고 말하는 참모도 없다. 최악이다. 삼국지에서 화타는 조조에게 죽임을 당한다. 편두통을 앓고 있는 조조에게 화타가 ‘머리를 쪼개고’ 하는 수술을 권했기 때문이다. 지금 화타처럼 엠비에게 ‘머리를 쪼개는’ 수술을 권하는 참모를 기대하는 것이 가능할까? 누군가 내게 대뜸 이렇게 말한다. ‘자다가 뭔 봉창 두드리는 소리여.’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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