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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오일쇼크, IMF, 그리고 G20 정상회의 / 김희범

등록 2010-09-01 21:25

김희범 G20정상회의 홍보기획단장
김희범 G20정상회의 홍보기획단장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의 여파는 이역만리 떨어진 한반도의 시골에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해 12월23일 원유값이 128%나 뛰어올랐으니,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당연한 결과였다. 가로등이 모두 꺼졌고 상점들은 서둘러 문을 닫았다. 그해 11월 한 일간신문의 기사는 “동백기름 호롱불 등장, 정미소 중단 절구방아 신세”라는 제목을 달았다. 우리 부모세대들이 겪어야 했던 ‘1차 오일쇼크’ 때의 풍경이다.

오일쇼크는 우리에게 ‘경제적 세계화’를 몸소 실감케 해준 사건이다. 지금이야 ‘세계화’라는 말을 당연한 듯 쓰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세계’는 우리의 체험적 실감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름도 생소한 나라들이 내린 결정이 지금 여기의 내 삶을 뒤흔든 것이다. 중동의 어느 나라에서 열린 이들 모임(OPEC)의 합의 때문에 이 땅에는 연탄가스 중독사건이 속출하고 일년 만에 물가가 42.1%나 폭등했다.

1997년 겨울에는 온 국민이 ‘아이엠에프 한파’라는 혹독한 추위를 겪었다. 대기업 부도와 금융기관 부실 등으로 초래된 외환·금융위기 앞에서 정부는 대외채무 지급불능에 따른 국가부도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지원했다. ‘제2의 국치일’ 또는 ‘경제적 신탁통치’라는 말은 이런 국민적 정서를 반영한 것일 터이다.

오일쇼크가 세계의 경제적 상호연관성을 서민들에게 실감케 했다면, 아이엠에프 경제위기는 우리가 여전히 세계경제의 변방에 있음을 뼈저리게 자각하게 했다. 1996년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지만 우리는 아직 세계경제 질서에 대한 발언권을 얻지 못했다. 이후 세계화와 개방화의 진전으로 글로벌 상호의존이 심화하면서 한 나라의 금융위기가 곧바로 글로벌 금융공황으로 이어질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부실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나 얼마 전의 그리스 외환위기는 그 생생한 사례다.

경제적 세계화의 진전과 더불어 세계경제의 문제를 국제공조를 통해 대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바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산물이다. 2008년 위기는 1930년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대공황 당시와 달리 2008년에는 긴밀한 국제공조가 존재했고, 그 중심에는 G20이 있었다.

G20 정상회의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 협의기구라는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2009년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 이후 세계경제 문제를 다루는 최상위 포럼으로 격상됐다. 70년대 오일쇼크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바로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대한민국은 G20의 일원이자 서울 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이 됐다. 우리가 세계경제의 주변부 국가이자 선진국들이 만든 질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위치에서 이제 그 질서의 ‘능동적 주도자’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서울정상회의는 특히 세계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뤄가기 위해 개도국의 빈곤 해소와 경제발전을 통해 각국의 개발격차를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빈곤 극복, 외환 및 금융위기 극복 경험 등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정상회의의 캐치프레이즈인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라는 말은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나아갈 방향과 비전을 제시한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거니와 지역과 계층간 포용의 의미도 아우른다. 아이엠에프 사태 때 경험했듯이 경제위기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힘없는 서민 등 사회경제적 약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번 서울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야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김희범 G20정상회의 홍보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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