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현 스포츠부문 편집장
골프 얘기는 참 부담스럽습니다. 특히 <한겨레>에서는요.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으로 인한 위화감 때문입니다. 주말의 경우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그린피가 지방은 평균 16만원, 수도권은 20만원가량입니다. 대중제 골프장도 지방 13만원, 수도권 19만원이 넘어갑니다. 여기에 캐디피와 카트피가 3만~4만원가량 붙습니다. 제가 연수했던 미국 미주리주 컬럼비아에는 시에서 운영하는 대중제 골프장이 두 곳 있습니다. 2001년 당시 요금이 평일 14달러(1만5000여원), 휴일 20달러(2만2000여원), 두 곳을 1년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이 550달러(60여만원)였습니다. 저도 그곳에서 골프를 배우고 즐겼습니다. 현재는 휴일 요금 21달러(2만5000여원), 연간회원권이 648달러(77만여원)이군요.
도대체 우리 골프장은 왜 이렇게 비싼 것일까요? 물론 땅이 비싼 게 주요인이겠지만, 클럽하우스 등 시설을 너무 고급스럽게 하고 각종 서비스를 위해 종업원들을 많이 둔 탓도 큽니다. 여기에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등 도박 관련 시설에만 부과되는 개별소비세(2만1120원)에 체육진흥기금(3000원)까지 붙습니다. 사치성 놀음으로 보는 것이죠. 그러나 골프는 이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입니다. 대한골프협회가 2007년 20살 이상 성인 남녀 47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그해 필드에 나간 골퍼가 8.8%, 전체 20살 이상 인구로 계산하면 251만여명이었습니다. 실제 야구나 축구 등을 직접 하면서 즐기는 인구는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골프를 배울 의향이 있다는 이는 38.8%(1006만여명)에 이르렀습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세제개편안 때문에 골프장업계가 시끄럽습니다. 정부는 2008년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그해 10월부터 올해 말까지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한해 개별소비세 등을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해외 골프관광객을 국내로 유도해 여행수지 적자를 개선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명분이었습니다. 시한 만료를 앞두고 회원제 골프장 경영자들의 모임인 한국골프장경영협회는 이를 연장하고 수도권 골프장으로 확대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대중제 골프장 경영자들의 모임인 한국대중골프장협회는 입장이 다릅니다. 지방 회원제 골프장과 대중제 골프장의 요금 격차가 줄어들면서 대중제 골프장 이용자를 회원제 골프장에 뺏기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죠. 지난해 지방 회원제 골프장을 찾은 골퍼들은 2008년보다 12% 늘어난 반면 대중제 골프장 이용자는 6%가 줄었더군요.
이번 세제개편안은 지방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을 2012년까지 연장하되 수도권 인접지역은 50%만 감면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에 골프장경영협회는 “성과가 확인될 경우 수도권 골프장으로 확대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던 정부가 이를 뒤집고 오히려 적용 지역을 축소했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중골프장협회는 “상대적으로 여유계층이 이용하는 회원제 골프장에만 ‘부자감세’가 이뤄지는 바람에 대중제 골프장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며 제도 연장을 하지 말고 대중제 골프장에도 세제 혜택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원제 골프장은 원래 회원권을 살 수 있는 계층이 고급 서비스를 받는 곳입니다. 그러나 대중제 골프장은 그야말로 ‘대중’들이 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제 골프장 경영자들이 생활체육시설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카트와 캐디를 원하는 이에게만 제공하고 종업원을 대폭 줄이는 등의 요금 절감 노력이 필요합니다. 정부도 대중제 골프장 요금을 대폭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기존 회원제 골프장 상당수를 대중제로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곧 줄도산이 시작될 골프장들을 위해서도 골프의 대중화는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이와는 반대 방향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인현 스포츠부문 편집장inhye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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