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얼마 전 교육부에 제출된 ‘2011학년도 교육과정 편성 계획서’에 따르면 전국 중학교의 70%가량이 영어 수업시간을 늘리고 57%가량이 수학 수업시간을 늘렸다고 한다. 이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시간을 20% 증감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자율권을 줌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에 발표된 수능 체제 개편안도 고등학교에서 국·영·수 과목의 비중을 강화하는 한편 선택과목은 사회와 과학을 각 1과목으로 축소했다. 앞으로 학교 수업은 국·영·수 위주의 수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추진 배경에서는 ‘국가경쟁력은 결국 인성이 뒷받침된 창의적 인재의 경쟁력이 좌우’한다고 밝히고 있다. 창의성과 인성 교육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그것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현장 교육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창의성은 국·영·수의 도구적인 과목보다는 과학과 사회 등의 과목 안에서 탐구 주제를 놓고 직접 탐구활동을 함으로써 길러져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인성교육을 위해서도 도덕이나 예술, 체육 등이 강조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 학교에서는 이들 교과 수업시수를 줄이고 국·영·수 과목 쪽으로 시수를 몰아주고 있다. 교과부는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2009 개정 교육과정과 수능체제 개편안이 국·영·수를 강조하도록 되어 있으니 학교를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교육의 큰 목표인 인성과 창의성 함양은 초·중·고 교육에서 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국·영·수 위주의 교육이 강조되고 기타 교과의 교육이 등한시되고 있다. 공교육의 기능은 앞으로 점점 약화되고 정부의 기대와 달리 사교육은 더욱 팽창할 것이다.
국·영·수 과목은 사교육 기관이 잘해낼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사교육은 학생들의 인성과 창의성을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갖기보다는 교과 지식을 더 많이 주입하는 데에 신경을 쓴다. 그러한 이유로 사교육 기관이 입시 준비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부모는 사교육에 의존하려고 한다.
이제 수능 과목에서도 사회와 과학 탐구의 비중이 줄고 상대적으로 국·영·수의 비중이 커지게 된다. 국·영·수 과목에 학생들은 더욱 매달릴 것이다. 탐구과목의 수를 줄이면 학생들의 부담이 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중요성이 더 커진 국·영·수 과목의 공부에 더 집중해야 한다. 공부 부담은 마찬가지거나 더 커질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국·영·수 과목에 집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인성과 창의성 교육은 소홀해질 수 있다.
수능 체제 개편안에 제시된 국·영·수 과목의 성격이나 수준도 문제다. 이전의 통합교과적인 ‘언어영역’을 ‘국어’로 바꾸었다. 대학 수학 능력에 필요한 범학문적인 국어 구사 능력보다는 국어 교과의 고유 영역에 초점을 맞춰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수학은 미적분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예체능이나 문과 계열 학생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그 어려운 수학 공부를 하는 시간에 예술 작품을 하나 더 만들어보거나 사회문제를 놓고 친구들과 탐구해보는 것이 사교육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기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자동차 중에 디자인 때문에 인기 있는 차종이 있다. 그런데 그 디자인을 외국에 맡겨 많은 돈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창의적인 디자인 감각이 국·영·수 교육을 강화해서 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즈음 공직자나 일반 국민이 부정부패를 저질러 국격을 떨어뜨림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 안타깝다. 이것도 국·영·수 몰입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조성민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수학은 미적분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예체능이나 문과 계열 학생들에게도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은 그 어려운 수학 공부를 하는 시간에 예술 작품을 하나 더 만들어보거나 사회문제를 놓고 친구들과 탐구해보는 것이 사교육 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질을 기르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즈음 우리나라 자동차 중에 디자인 때문에 인기 있는 차종이 있다. 그런데 그 디자인을 외국에 맡겨 많은 돈이 빠져나간다고 한다. 창의적인 디자인 감각이 국·영·수 교육을 강화해서 길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요즈음 공직자나 일반 국민이 부정부패를 저질러 국격을 떨어뜨림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이 안타깝다. 이것도 국·영·수 몰입교육보다는 인성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 조성민 한국교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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