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덕 변호사·전 경희대 법대 교수
10여년 전 우리 사회는 군가산점 제도를 놓고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1961년 7월 군사정권하에서 도입된, 군복무자에게 가산점을 준다는 파격적인 특혜제도에 오랫동안 누구도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 용기 있는 여성과 장애인, 대학생 등이 앞장서서 위헌심판청구를 했다. 헌법재판소는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을 고려하면서도 1999년 12월23일 군가산점 제도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고뇌에 찬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39조 제2항의 규정은 병역의무를 이행한 자에게 보상조처나 특혜를 부여하라는 취지가 아니다. 능력이나 직무수행능력과 무관한 요소를 기준으로 선발함으로써 여성과 장애인의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가산점은 합격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제대군인에 비하여 여성 및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을 비례성 원칙에 반하여 차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가산점 제도로 인해 헌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고용상의 남녀평등,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헌법적 가치가 침해된다”는 것을 위헌 판단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하였다.
이 위헌결정으로 군가산점 제도는 폐지되었고 10년 넘게 군복무자들도 가산점을 받지 않고 지내왔다. 최근 다시 군가산점 제도를 다시 도입하려는 시도가 진행중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 헌법에서 사라진 낡은 제도를 다시 부활시켜서는 안 된다. 역사의 시계는 거꾸로 가지 않는다. 합리적인 시대정신을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
첫째,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평등주의는 그 누구에게도 군복무를 마쳤다는 이유로 취업에서 특혜를 허용하지 않음이 분명하다. 병역이나 납세 의무를 이행했다는 이유로 취업에서 특헤를 주는 것은 실질적 평등 이념에 반한다. 능력주의에 기초하지 않고, 균등한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군가산점 제도는 그 자체로 헌법에 위반된다. 이미 위헌결정을 받은 제도를 다시 정부에서 법으로써 추진하는 것은 헌법 존중 정신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둘째, 그동안 사회적 법의식으로 자리를 잡고 국민에게 확립된 제도를 사정 변경 없이 뒤바꾸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동안 군복무자들 역시 특혜를 받을 생각 없이 취업시험에 응시해왔다. 지금 또다시 군가산점 제도를 도입한다면, 개인적 사정으로 군대를 갈 수 없었던 장애인·여성 등은 억울한 차별을 당하게 된다. 차별금지 및 시정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국제인권기준 등 국제협약에도 위배될 소지가 많다.
셋째, 군가산점 제도를 재도입한다고 해도 그 혜택은 전체 제대군인 중 1% 미만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사람에게 돌아간다. 이에 반해 차별대우를 받게 되는 여성과 장애인, 기타 군복무를 마치지 못한 남성의 수는 절대다수다. 극소수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이례적인 특혜제도는 사회적인 위화감과 갈등을 조장하고 소모적인 논쟁만을 불러일으킨다.
넷째, 이제 우리 사회는 헌법상 가치인 자유 못지않게 평등의 이념과 가치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장관의 자녀에 대한 채용상의 특혜 시비에 대해 국민들이 보여준 강한 거부감이 단적인 사례다. 공정한 사회는 인권과 자유가 보장되고 경제발전을 달성하는 가치와 동등한 수준으로 전국민이 추구하는 이념이다.
군복무자들이 사회에 기여한 데 대한 사회적 지원이나 보상은 군가산점과 같은 헌법 위반 제도를 통할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회균등 차원에서 군복무자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군복무자의 복무여건 개선, 기회 상실 보전 등 실질적인 내용의 정책적 보상이 필요한 것이지, 굳이 헌재에서 위헌결정을 내린 바 있고, 여성과 장애인, 군미필자 등의 적극적인 저항이 예상되는 군가산점제를 다시 도입하려는 시도는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김주덕 변호사·전 경희대 법대 교수
김주덕 변호사·전 경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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