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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국민연금 300조원의 자산운용 / 원승연

등록 2010-09-23 22:19

원승연 명지대 교수·국민연금기금성과평가위원
원승연 명지대 교수·국민연금기금성과평가위원
국민연금의 자산 규모가 올 7월 들어 300조원이 넘었다고 한다.

2009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잠정치가 1063조원이니 얼추 30%에 달하는 금액인 셈이다.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은 국민 전체의 사회복지를 좌우한다. 국민 모두의 관심 사항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 자산운용에서 가장 큰 문제의 하나는 국민연금의 자산운용을 결정할 지배구조가 합리적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금융시장의 역사를 보면, 금융기관 또는 자산운용기관의 파산은 대부분 최고경영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됐다. 어떤 기관이든 올바른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일이야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지지 않은 일이다.

현재 국민연금 자산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기금운용위원회이다. 그 하부 운용조직은 국민연금관리공단 내에 있는 기금운용본부이다. 그런데 기금운용본부장은 기금운용위원회가 아닌 공단 이사장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자산운용의 권한과 책임이 기금운용위원회에 있음에도, 그 인사권이 엉뚱하게도 수탁자에 불과한 이사장에게 있는 셈이다.

이런 지배구조는 다음과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첫째, 공단 이사장이 가입자 대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인 이유는 수탁자로서 선관의무에 의하여 가입자 의사를 대변하라는 것이지, 자산운용에 간여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이사장에게 기금운용본부의 인사권을 부여함으로써, 이사장이 권한을 남용할 여지를 주고 있다.

둘째, 제도적인 측면에서 기금운용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는 장치가 부족하다. 가입자 대표로 주로 구성된 동 위원회의 전문성을 보완할 만한 산하조직이 부족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역할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기금운용위원회를 전문가로 구성하고 별도의 기금운용공사를 설립하는 정부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08년 국회에 상정되었으나, 아직도 이 개정안은 의결되지 못한 상태이다. 심각성은 그 와중에도 기금 운용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 말 236조원이던 것이 불과 1년 반이 경과한 지금 64조원 늘어난 300조원이 되었다.

더욱이 최근 뉴스는 이러한 우려를 확대시키고 있다. 한 보도에 의하면, 2009년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10.39%였고 두자릿수 수익률이라 높아 보이지만, 사실 이것은 기금운용위원회가 부여한 벤치마크 수익률보다 1.78% 낮은 수치였다. 말이 1.78%이지 이를 기금 규모를 고려해 계산해 보면, 무려 5조원에 이르는 수익 기회가, 기금운용본부가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한 자산 배분을 적기에 수용하지 않아 한 해에 상실된 것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거액의 대체 투자가 기금운용위원회의 사전 점검 절차 없이 실행된다는 점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세계 각지에서 건당 수천억원의 거액 부동산을 연이어 매입하였다. 자산운용업에 종사했던 필자로서는 어떻게 현재처럼 불확실한 상황에서 그토록 거액의 투자가 쉽게 이루어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연금 자산운용의 문제는 국민을 대리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자산운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정 법안 통과 이전이라도 기금운용위원회의 기능을 실질적으로 보완하는 조처를 조속히 취해야만 한다.

특히 혹시라도 발생할 공단의 영향력 행사나 기금운용본부의 일탈을 적기에 차단하려면, 캘퍼스(캘리포니아 공무원퇴직연금) 등 외국 유수의 연기금처럼 기금운용위원회 산하에 자산운용을 통제하는 투자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설치하는 것이 법안 개정의 차선책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바이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 국민연금기금성과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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