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명의 풀꽃나라] 편지
부드러운 가을 햇살이 천지에 가득한 정오에 ‘김노인’이라 자칭하는 한 어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습니다. 가느다란 연필로 촘촘히 쓴 그분의 글은 남다른 데가 있지요. “몸이 성한 데가 없어서 노처(老妻)가 귀약, 안약을 넣어주며, 이거야 원, 구녕새마다 성헌 데가 있어야지, 하고 말한다”는 대목에서는 제 마음이 마치 오래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것처럼 다정해집니다. 올가을에는 전자메일이 아니라 깨끗한 종이에 정성스레 편지를 쓰고 섬세한 손길로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을 그런 편지를 쓰고 싶네요. 그러곤 우체통 근처에서 잠시 서성거리고 싶습니다.
정상명 화가·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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