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지금 우리는 중국의 다른 주변 국가들과 같이 일본에 대한 중국의 힘의 외교에 대해 호들갑 떨고 있다. 중국이 자국 어선 선장의 석방을 요구하면서 보여준 행태에 대해 ‘힘의 외교’, ‘굴기 외교’, ‘자원 무기 외교’ 등 다양하게 묘사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보여준 행위가 일반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런 묘사가 통하는 것 같다. 그러나 중국이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나 배경에 대해 논하는 이가 없다. 앞으로 우리가 중국 외교행태의 배경이나 원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경우 우리 역시 일본과 같은 패배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일개 어선의 선장을 구하기 위해 중국이 자원을 이용해 경제적 보복조처와 사과를 요구하는 외교 수단을 모두 동원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한다. 중국의 행위 판단 근거나 기준을 알면 놀랄 일도 아니다. 우선 중국이 이렇게 공세적으로 나온 데는 일본이 중국 어선 처리 과정에서 1997년 중-일 어업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동 어업협정의 2조는 영해나 어업 허용 범위 외에서 위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즉, 한 나라의 어선이 위법했을 때 이의 처리 의무와 책임은 상대국의 소관이 아니고 어선 국적의 국가의 것이다.
일본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어선이 일본 영해를 침범한 것은 사실 같다. 그리고 중국 어선이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들이박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관영 언론인 <인민일보>도 사설에서 어선의 폭력적인 행위가 잘못되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 있다. 중·일 양국 간의 어업협정에 따르면 중국 어선에 대한 처벌 문제는 중국 소관이다. 일본 당국은 중국 어선에 대한 나포와 조사 권리가 있으나 이를 처벌할 수 없다. 처벌을 위해 중국 당국에 양도해야 한다. 일본 당국은 대신 선장을 일본 법정에 세워 처벌하려고 했다. 이에 중국이 발끈한 것이다.
2000년 이 협정이 발효한 후, 아니 1950년대와 60년대 중-일 간의 민간 어업협정이 체결한 후에도 이런 전례는 없었다. 양국 간의 협정을 어기면서까지 이런 일이 없었다. 중국은 일본의 처벌 계획에 대해 외교적으로 우선 접근했다. 중국 외교부는 주중 일본대사를 4번이나 소환했고, 일본 정부에도 석방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중국의 요구를 무시했다.
일본의 처사에 대해 중국의 인내력은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자신의 요구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 일본에 대해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중국이 이런 조치를 취한 데는 자국의 국력이 강해져서, 희귀 자원을 독점해서가 아니다. 중국도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 규범, 제도, 조약 등에 적응하면서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의 권익에 대해 의식의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국제사회가 원하던 ‘중국상’이 아닌가? 국제사회에 적극 참여해서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행동하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변화하는 의식과 그 수준에 따라 행동하면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리고 중국의 이런 외교행태 변화의 원천을 힘에서 찾고 의식의 변화를 못 본 체한다.
그렇다고 중국이 하이브리드차에 필수불가결한 재료인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위협한 처사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의 위협이 행동으로 옮겨졌으면 그 행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중국의 위협 제스처는 사태의 심각성을 피력한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일본의 처사에 대한 강력한 항의다.
앞으로 국제적인 분쟁에서 의식이 상당히 변한 중국의 행위는 과거와 다를 것이다. 중국은 자국민의 권익과 국익 관련 문제에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다. 이런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중국 접근법이 마련돼야 한다. 중국의 의식 변화와 문제인식의 배경과 원인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앞으로 국제적인 분쟁에서 의식이 상당히 변한 중국의 행위는 과거와 다를 것이다. 중국은 자국민의 권익과 국익 관련 문제에서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태도로 임할 것이다. 이런 중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중국 접근법이 마련돼야 한다. 중국의 의식 변화와 문제인식의 배경과 원인에 대해 철두철미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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