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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집에 있어야 출산율도 높아진다 / 박현성

등록 2010-10-25 18:02

박현성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
박현성 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
지난달 정부는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5개년 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100만원 한도에서 휴직 전 임금의 40%를 육아휴직 급여로 지급하도록 하고, 사업주는 육아기 직장인이 청구한 근로시간을 허용하도록 의무화했다. 셋째 자녀에게는 보육료 전액을, 내년부터 출생하는 둘째 자녀부터는 고교수업료도 지원해준다. 공무원들이 세 자녀 이상을 둘 경우 정년퇴직 뒤 자녀 1인당 1년씩 최대 3년까지 재고용한다는 내용과 현역병의 배우자가 자녀를 출산하면 상근예비역으로 편입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계획안에 나타난 저출산의 심각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투자는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려면 출산을 저해하는 우리나라의 사회문제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미혼여성의 83.6%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한다. 저출산이 단순히 여성의 출산기피 때문이 아님을 보여준다. 출산과 육아는 부부가 삶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고 생각할 때 계획하게 되는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연보를 보면, 고용인구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오이시디 국가 중 1위인 2256시간으로 2위인 그리스보다 136시간이 많다. 오이시디 평균 시간인 1764시간에 비해 492시간이나 많다. 출산을 고민하는 30대 초반의 신입사원은 더욱 노동시간이 길다. 주변을 둘러보라. 이들이 저녁을 집에서 먹는 일은 매우 드물다. 잦은 회식, 야근, 출퇴근시간을 고려하면 귀가시간은 밤 아홉시를 훌쩍 넘긴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조사하면 우리나라 국민은 아마 오이시디 국가 중에서 가장 적을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새벽에 출근해서 모두 아홉시가 넘어 귀가하는 상황에서 젖먹이를 키운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설령 보육비를 지원받고 아홉시까지 아이를 맡아줄 안전한 보육시설이 있다고 한들, 이는 자녀양육에 바람직한 환경은 아니다. 그렇다면 다시 여성은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하고, 남편은 집안의 경제를 홀로 책임지는 것이 최선인가?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우수한 학생 비율에서 우리나라는 최상위 수준이다. 특히 여학생 비율이 높았다. 여성 인재를 활용할 수 없는 사회는 미래의 경제성장과 사회발전이 반감될 것은 자명하다. 출산과 육아 역시 여성이 사회에 기여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출산과 육아의 가장 힘든 시기인 영유아 시기가 지나면 자녀양육은 한결 수월해진다.

필자는 미국에서 첫아이를 낳고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미국은 비교적 보육시설이 잘되어 있지만 오후 6시 이후에 맡아주는 곳이 거의 없어 연구와 육아의 병행은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던 데는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체의 효율적인 시스템이 개인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덕도 크다. 저출산 고령사회를 대비하려면 미국처럼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서 국민 전체의 노동시간을 줄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사회적 시스템 개선이 반드시 동반돼야만 한다.

즉, 모든 가족들이 가정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만 출산율이 유의미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식구란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고 시간을 나누고 일상의 경험을 나누는 사람들이다. 이런 기본이 지켜질 때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자녀들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건강한 가정을 지킬 수 있는 나라가 건강한 국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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