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표 계간 <시대정신> 편집인
지난 6·2 지방선거는 한국 정치사에 특기할 만한 사례를 남겼다.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전면적인 선거연합을 이룬 것이다. 그 결과 민노당은 인천과 울산 등 3곳에서 구청장을 배출했다. 선거연합이 없었다면 민노당은 인천에서는 구청장 당선이 불가능했을 것이며, 민노당 표의 합류가 민주당의 선거승리에도 큰 득을 안겨주었다.
6·2 지방선거에서 선거연합이 성공함에 따라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야권통합론이 등장했다. 야권통합론은 그것이 합당이든 후보단일화든 산술정치의 관점에서는 그 이유를 갖는다. 민주당과 민노당의 지지층이 겹치는 부분이 존재하고, 일단 선거전이 벌어지면 상호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를 하나로 합치면 단순계산만으로도 총선은 약 6%, 대선은 3%의 플러스 효과가 나오게 된다.
야권통합론의 핵심은 민주당과 민노당의 연합이다. 국민참여당이나 창조한국당의 경우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 내에서의 분열 또는 분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민노의 통합 또는 선거연대론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양당의 노선 차이에 대해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는 것이다. 답은커녕 이 문제의 쟁점화를 아예 피하고 있다.
두 당의 역사, 강령, 주도세력의 이념, 지지기반 등이 다른 조건에서 연합을 하려면, 이 노선 차이의 해소에 대한 설득력 있는 논리와 실행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는 외부자를 위한 것 이전에 당사자들이 자신의 중차대한 정치적 결단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마땅히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최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신자유주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은 기본적으로 진보대연합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듯이, 민노당이 단순한 좌파 정당이라 해도 민주당과는 노선 차이가 명백히 존재한다.
한국의 주요 정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념성이 약하고 지역 기반이 더 규정적이다. 양당의 정치인들은 이념적 선호보다는 지역 출신에 따라 편의적으로 어떤 당을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만큼 좌파 이념을 표방한 민노당과 그 구성이 복잡한 민주당은 색깔이 다르다.
이 색깔의 차이와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분당 과정이다. 좌파 정당의 추구를 오랫동안 공유해온 이들이 결국 딴살림을 차리면서 불거진 문제가 종북주의 논쟁이다.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애쓴다’는 공동 목표의 추구를 불가능하게 만든 종북주의로 인해 같은 좌파끼리도 갈라서게 된 마당에 과연 민주당과 민노당의 연대를 쉽게 여길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최근 북한의 3대 세습을 두고 진보진영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종북주의에 반대하는 좌파들이 민노당 등의 3대 세습 방관 또는 용인을 비판하고 있다. 이 논쟁 과정을 지켜보면, 민노당을 끌어가는 집단에 있어서 북한 정권 지지 노선은 양보나 타협이 불가능한 정체성에 속하는 신념임을 알 수 있다.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갈라서게 된 종북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북한의 3대 세습 찬반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야권연합이 이루어지더라도 한 지붕 두 가족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정치시장의 소비자인 유권자는 정당의 노선과 정책이 분명하고 예측가능하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세력관계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꼴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기존 민주당은 내부에 민주당 좌파니 우파니 부를 만한 성향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차이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이에 비해 민주-민노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반복해서 묻지만, 야권통합의 주창자들은 종북주의를 비롯한 노선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우선 답해야만 한다. 홍진표 계간 <시대정신> 편집인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갈라서게 된 종북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번 북한의 3대 세습 찬반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야권연합이 이루어지더라도 한 지붕 두 가족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정치시장의 소비자인 유권자는 정당의 노선과 정책이 분명하고 예측가능하기를 바란다.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세력관계에 따라 좌충우돌하는 꼴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물론 기존 민주당은 내부에 민주당 좌파니 우파니 부를 만한 성향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차이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이에 비해 민주-민노의 통합이나 선거연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반복해서 묻지만, 야권통합의 주창자들은 종북주의를 비롯한 노선 차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우선 답해야만 한다. 홍진표 계간 <시대정신>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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