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동북아 정세가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은 외교안보 갈등에 경제 전쟁까지 겹치면서 ‘신냉전’이 회자될 정도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치선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쿠릴열도(일본의 북방영토)를 둘러싼 신경전도 격화되고 있다.
이렇듯 영토와 세력권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면서 미-일 동맹은 다시 강화되고 있고, 이에 맞서 중국도 러시아와의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악화일로를 걸어왔던 남북관계까지 포함시킨다면, 동북아에서의 갈등 양상은 가히 전방위적이다.
최근 동북아의 갈등은 네 가지 중요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는 ‘대중 봉쇄정책 포기’를 선언했던 오바마 행정부 들어 오히려 대중 봉쇄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둘째는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대외정책이 ‘세력권 보호’를 앞세워 강경 기조가 확연해지고 있다. 셋째는 민주당 정권 출범 직후 ‘동아시아 공동체’를 내세워 미국을 긴장시켰던 일본이 다시금 미국의 품으로 안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넷째는 세계 경제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는 동북아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러시아의 동북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주변국들의 갈등 격화는 한반도에서 또다시 ‘원심력’이 강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한말이나 2차 세계대전 직후 및 한국전쟁 때처럼 주변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팔다리를 당기는 원심력이 강해지면, 한반도는 또다시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최근 한-미 동맹이 ‘르네상스’라는 표현이 언급될 정도로 강화되고 있고, 북-중 관계에서 ‘혈맹 복원’이 회자되고 있는 현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까닭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남북관계 및 6자회담을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증대시킨다. 이를 통해 강대국간 이해관계의 차이를 줄이고 공통점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한국한테는 힘도 있고 길도 열려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하고 싶어도 못할 때가 많았지만, 오늘날은 할 수 있는데도 안하고 있다.
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6자회담을 빨리 하자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한다면, 미국과 일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명박 정부는 남북대화와 6자회담 재개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역사적 순간에 운명적 역할’을 방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중장기적 전략 차원에서도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 및 성과 도출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의 탈냉전과 6자회담의 발전은 강대국간 패권 경쟁을 완화하고 공동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동북아 평화체제의 발판을 놓을 수 있다. 특히 지난 수세기 동안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자, 강대국간 대결 격화 때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에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은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정세 사이의 악순환이 잘 보여주듯, 동북아 미래의 상당 부분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 이는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도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가 계속 악화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이명박 정부가 조속히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정상화해 한반도 비핵·평화를 추구한다면, 동북아 평화체제 논의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20세기 제국주의와 냉전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냉전과 평화체제의 갈림길에 선 동북아의 미래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21세기 우리의 도전이자 기회인 셈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한국의 중장기적 전략 차원에서도 남북관계 정상화와 6자회담 재개 및 성과 도출은 대단히 중요하다. 한반도의 탈냉전과 6자회담의 발전은 강대국간 패권 경쟁을 완화하고 공동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동북아 평화체제의 발판을 놓을 수 있다. 특히 지난 수세기 동안 강대국 정치의 희생양이자, 강대국간 대결 격화 때 최대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한국에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은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정세 사이의 악순환이 잘 보여주듯, 동북아 미래의 상당 부분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여부에 달려 있다. 이는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도 잘 나와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북핵 문제가 계속 악화되면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이명박 정부가 조속히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정상화해 한반도 비핵·평화를 추구한다면, 동북아 평화체제 논의의 문을 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20세기 제국주의와 냉전의 최대 피해자였던 한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신냉전과 평화체제의 갈림길에 선 동북아의 미래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21세기 우리의 도전이자 기회인 셈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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