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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시 리스트

등록 2010-11-15 20:20

지난 4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식민지배로 문화유물을 약탈당한 나라들이 모여 첫 국제회의를 열었다. 참가국들은 약탈 문화재 가운데 ‘우선 환수 대상 유물 목록’(wish list)을 각각 발표했다. 한국은 프랑스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와 일본 궁내성의 <조선왕실의궤>를 목록에 올렸다.

이 회의에서 이집트는 영국박물관의 로제타석 등과 함께 베를린 신박물관의 네페르티티 왕비 흉상을 최우선 환수 대상으로 꼽았다. 기원전 14세기에 만들어진 높이 50㎝가량의 이 석회암 조각은 1912년 12월6일 나일강변 아마르나의 고대 이집트 조각가 투트모세의 공방 유적에서 독일 고고학자 루트비히 보르하르트에 의해 발굴됐다. 당시 발굴 조건은 발굴자와 이집트가 유물을 나눠 갖는 ‘파르타주(partage) 방식’이었다. 중요 유물은 이집트 정부가 우선 선택하도록 돼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집트 정부의 책임자는 이집트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었다. 프랑스는 이집트인들이 고고학을 공부할 길조차 막았다. 보르하르트는 그런 프랑스인들부터 속였다. 그는 1913년 1월20일 유물 분할 회의에 ‘한 공주의 채색 회반죽 흉상’이라고 거짓 신고했다. 흙도 털지 않은 흉상을 덮개로 둘둘 말아 상자에 처박아뒀다가 어두운 조명 아래 내놓았다. 그렇게 국보급 유물을 도둑맞은 이집트는 흉상이 공개된 1923년께부터 줄기차게 반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독일은 지금껏 외면하고 있다.

<조선왕실의궤> 등 일본 궁내청 소장 도서 1205책이 돌아온다고 한다. 그중 80%가량은 초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가 규장각에서 ‘대출’해 빼돌린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또 그런 식으로 빼돌린 유물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환수도서 말고도 가와이 문고, 마에마 장서, 이마니시 장서 등 일제 침략 초기 약탈된 유물은 수두룩하다. ‘위시 리스트’라도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여현호 논설위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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