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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원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4대강 공사 / 박창근

등록 2010-11-18 20:31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 부회장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 부회장
우리나라 최대 규모 물 관련 학회에 속하는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 8월 말 ‘4대강 살리기 사업 제4회 원로포럼’을 열었다. 포럼 주제는 ‘수리모형실험’ 분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의 문제점들을 명확히 밝혔다.

자연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수학 공식을 이용하여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방법(수치모의)과 모형을 만들어 자연현상을 재현하는 방법(모형실험)이 있다. 보(댐)와 같은 대형 하천구조물을 설계할 때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사용하여 설계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의 경우 모형실험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든 설계도면으로 공사를 진행하다 보니 경제성·안전성·환경성 등의 분야에서 많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하천구조물에 대한 모형실험 결과가 설계에 반영돼야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면서 모형실험 결과를 설계에 반영하지 않은 사례는 선진화된 사회에는 없다.

한국수자원학회지에 수록된 ‘원로포럼 회의 보고’를 보면 ‘보 건설에 따른 홍수위 상승’에 따른 문제점을 엄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보에 대한 설계변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첫째, 보 인근에서 유속이 매우 빨라서 보의 안전성에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가동보의 수문을 열었을 때 주변보다 빠른 흐름(jet flow, 급류, 제트류)이 발생하여 보 구조물의 안전성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계 유속이 최대 초당 4~5m여야 하는데, 일부 보에서는 초당 7.63m까지 나오기 때문에 대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둘째, 낙동강의 경우 가동보의 규모가 과소하여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 길이에서 ‘낙동강은 가동보의 비율이 18%(고정보 비율은 82%)에 불과하고 수치모의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모형실험이 형식적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고 평가하고 있다. 모형실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동보의 규모가 과소한 데 대한 대책으로 ‘가동보의 건설비를 충분히 확보하여 안전에 치중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즉 고정보의 일부를 가동보로 바꾸는 설계변경이 필요하다.

셋째, 보에 의해 차단되는 모래를 하류로 내보내는 기능을 하는 배사문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의 보 설계조건에서는 보의 배사문은 역할을 못하게 되고, (중략) 보 직상류에 (모래)배출구 설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 상류지역에 모래가 쌓이게 되면 보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이를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낙동강 낙단보의 경우 배사구에 대한 실험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모형실험을 했기 때문에 부실 모형실험의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처럼 일부 보의 경우 설계변경을 할 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원로포럼 회의 보고’에서는 구체적으로 설계변경 시점도 제안하고 있다. ‘1단계 체절공사에서 2단계로 전환할 시점에서 부분 설계변경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정밀 검토해야 하며, 모형실험의 결과에서 제시된 문제점을 수정보완 반영하여야 한다.’ 4대강 사업이 부실한 설계에 바탕을 두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는 사업을 서둘렀기 때문에 발생한 당연한 귀결이다.

4대강 사업의 숨막히는 속도전이 24시간 불을 밝힌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수자원 분야의 원로들은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명확히 지적하고 있다.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은 접어두더라도, 지금은 4대강 사업의 설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원로들은 마지막 당부도 잊지 않았다. ‘본 사업에 참여한 우리 학회 회원들에 대한 향후 책임 문제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본 사업의 의사결정권자는 2~3년 후면 퇴진하게 되므로 이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대한하천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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