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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석면안전관리법 제정 시급하다 / 안종주

등록 2010-11-21 21:25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
농어촌과 도시 지역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석면슬레이트 지붕 때문에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석면슬레이트 지붕은 짧게는 10년 전, 길게는 40년 전에 설치됐다. 설치 당시에는 석면이 시멘트 등과 단단히 결합돼 있어 공기 중으로 석면먼지가 날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조사·분석 결과 오래된 석면 슬레이트일수록 비바람 때문에 석면섬유가 떨어져 나와 공기 중으로 날리고 빗물에 흘러내려 주변 토양까지 오염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30년 이상 된 슬레이트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하루빨리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석면슬레이트 지붕재를 생산한 것은 일제 때 용산에 아사노슬레이트 공장이 들어선 때부터이다. 본격적인 생산과 사용은 새마을운동이 본격화한 1970년대부터이다. 슬레이트는 가볍고 단단하며 오래가기 때문에 당시는 선풍적 인기였다. 석면이 치명적인 석면폐와 함께 폐암·악성중피종과 같은 각종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은 1930년대와 1960년대 초반 각각 그 과학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졌지만 정부는 슬레이트 지붕 개량을 장려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공장 등이 아닌 주거 가옥에 석면을 대량 사용하게 됐다.

정부가 심각성을 깨닫고 석면슬레이트 생산과 사용을 중지시킨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이른 시일 안에 농어촌 지역 등의 석면슬레이트를 안전하게 제거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걸림돌이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슬레이트 지붕을 이고 사는 농어촌 지역 등의 주민들 대다수가 가난하다는 점이다. 석면이 환경과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해체·제거하고 새로운 지붕재로 바꿀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환경부를 중심으로 해 슬레이트 지붕을 제거하려는 사람에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전액 또는 일정 부분 지원을 해줘 이런 걸림돌을 없애려 하고 있다.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한 석면안전관리법 제정안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 법안은 석면슬레이트 해체 지원 말고도 토양에 석면이 다량 섞여 있는 광산 주변 지역의 개발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또 석면이 들어 있는 건물에 대한 조사·분석과 석면지도 작성, 석면건물 관리인에 대한 석면 안전 교육, 석면건물 해제·제거 공사 때 의무적인 감리인 배치 등과 같이 국민을 석면 노출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석면은 들이마시더라도 당장 그 위험이 나타나지 않는다. 10~50년 뒤에 피해가 나타나는, ‘침묵의 살인자’와 ‘조용한 시한폭탄’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런 법안은 진작 만들었어야 했다. 미국은 1980년대 중반 환경보호청(EPA)이 나서서 이런 법안을 만들었다. 석면 전문가들에게 석면재난긴급대응법(AHERA)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많은 시민들이 석면 안전과 관련해 불안해하고 있다. 석면 건축자재를 다량으로 사용한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는 부모들의 걱정도 가시지 않고 있다. 이들의 불안과 걱정이 이해가 되는 것은 각종 석면건물 관리와 해체·제거 공사와 폐기물 처리 따위가 불법 또는 부실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철저하게 막을 더 엄격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정기국회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여야의 정치적 대립 등으로 시간을 보내다 회기가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 법안의 심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수도 있다. 피해가 당장 드러나지 않는다 해서 여유를 부린다면 앞으로 대한민국을 짊어질 미래세대에게 무거운 짐을 던져준다. 국회가 속도를 내어 법안을 살피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며 석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올해 안에 좋은 열매를 맺기를 희망한다.

안종주 전국석면환경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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