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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무상급식, 돈 떨어질 때까지 해 보자 / 김명신

등록 2010-11-22 20:41

김명신 서울시 교육위원·친환경 무상급식지원 특별위원회
김명신 서울시 교육위원·친환경 무상급식지원 특별위원회
요즘 학부모들을 만나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든 무상급식을 기정사실화한다. 무상급식에 대한 기대와 인식의 갑작스런 변화가 놀랍다. “무상급식 예산이 부족하니 초등학생 중 일부만 무상급식 하면 어떨까요?”라고 물으면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어이없어한다. 무상급식을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이다. 6·2 지방선거에서 ‘전면 무상급식’은 학부모들에게 워낙 인기가 좋아 자치단체장과 시·도교육감들의 동반당선을 가져왔다. 그러나 선거 뒤 100여일이 지나도록 정치권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와 협상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구청들도 급식 조례안을 상정하지 못한 채 예산을 타 쓰는 서울시 눈치를 살핀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3무 사업’(학습준비물과 학교폭력, 사교육을 없앰)을 벌인다며 교육협력국을 설치하여 4년간 1조원의 예산을 세웠다. 2011년 서울시 예산안을 살펴보니 무상급식 예산 분담금 700억원은 실종되어 0원이다. 악의적이고 무책임하다. 이는 지방선거 이후 지난 몇 달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청, 서울시의회가 만난 결과이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협의는 하나 합의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가든 파이브’, ‘플로팅 아일랜드’를 세운다며 빚내서 공사하다가 무상급식 하자니까 ‘돈 없다’며 그동안 진 빚을 이번 기회에 갚는다고 나선다. 무상급식이 오세훈 시장의 대선가도를 위한 명분쌓기에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세간에는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여러 선입견이 있다. 일부에서는 무상급식을 시행하면 저소득층을 위한 예산을 줄여야 하고 교육시설비가 감소되어 학생들이 비 새는 학교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무상급식을 포함해 복지예산 절대량을 늘려야 하니 복지예산과 무상급식 예산이 서로 경쟁하는 논리는 부적절하다. 교육시설비가 줄었다고 하나 지난 몇 년간 서울시교육청이 교육시설에 집중투자해 비 새는 교실 수리 등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서울시는 무상 학습준비물과 경로우대 지하철 무임승차는 실시하면서 무상급식만 반대한다. 그러나 무상급식, 무상승차, 무상 학습준비물은 선별복지가 아닌 보편복지와 같은 맥락이다.

무상급식은 의지의 문제이지 예산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1년치 예산 초등 무상급식 분담 재원 2300억원의 50%인 1150억원을 마련했다. 현재 일부에서는 초등 6학년생에게 무상급식을 시행중이고 대부분의 지자체도 관심이 크다. 대다수 서울시의원들은 반쪽짜리 무상급식이 되지 않도록 무조건 노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원부족을 걱정하는데 차라리 이참에 발상을 바꿔보자.

지금까지 확보된 예산 1150억원에 지자체 분담 예산, 교육경비보조금을 더하면 1년 중 급식이 필요한 180일 중 대략 120여일 정도 무상급식 예산이 마련된다. 우선 그 예산을 이용해 돈이 떨어지는 날까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체 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자. 예를 들어 강남구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학생 2만5400명, 급식일수 180일, 단가 2300원을 기준으로 100억원 정도가 든다. 이미 교육청이 절반인 50억원을 확보했다. 교육문제에 180억원을 지원하는 강남구청이 20억원을 보조하면 서울시는 30억원을 거들면 된다.

서울시가 거절한다면 180일 중 10분의 7에 해당하는 126일 동안만 무상급식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예산이 모자란 54일치 급식비는 학부모들이 내자. 무상급식 올인은 일장춘몽이 아니라, 현재 예산으로도 1년 중 10분의 7 기간을 무상급식 할 수 있다.

국회와 각 지자체가 새해 예산을 짜고 심의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지자체 선거 후 여러 곳에서 주민참여 예산제를 도입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주민들이 세금의 용도를 정하고 있다. 앞으로 예산과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참여는 봇물을 이룰 것이다. 주민참여와 보편복지 첫걸음이 무상급식 올인이다.

김명신 서울시 교육위원·친환경 무상급식지원 특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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