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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국가안보, 기본으로 돌아가자 / 송민순

등록 2010-11-25 21:51

송민순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장관
송민순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장관
북한은 민과 군을 가리지 않는 무도한 포격도발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은 결코 합리적인 집단이 아니다. 그들의 이성적 행동을 기대만 하고 있는 것은 무모한 기다림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태세를 총체적으로 돌아봐야 할 때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네 기둥에 모두 금이 가고 있다.

첫째,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인 상호위협 감소에 실패했다. 남북 대결 상태는 휴전 이후 최고조에 이르렀다. 당연히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그러나 북한을 상대로 한 책임공방으로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둘째, 위협 고조에 비해 국방태세는 오히려 악화되었다. 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군사비는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육해공군은 자기 몫 챙기기에 급급한 가운데 군의 사기는 떨어졌다. 충돌 때마다 번번이 당하면서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셋째, 국민의 단결보다는 갈등이 조장되고 있다. 사태가 발생하면 해결책을 찾기보다는 전 정부와 현 정부를 구분하여 남 탓할 핑계만 찾는 데 급급하고 있다. 정부의 말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넷째, 주변국과의 우호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대북 영향력을 가진 중국과는 남북관계와 6자회담을 두고 정면충돌하면서 수교 이후 최악의 관계로 치달아 있다. 천안함 사건이 국가안보 불능 상태를 이미 보여주었고 연평도 포격 사태는 이를 재차 확인시켰을 뿐이다.

포격 직전 북한은 전통문에서 우리 군의 훈련 중지를 요구하면서 ‘물리적 대응조치’를 하겠다는 협박을 한 바 있다. 훈련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북한이 연평도 인근을 자신들의 수역이라며 억지 분쟁화하고 있는 것도 고려했어야 한다. 훈련을 하되, 민간인 대피 조처는 물론 북한의 도발을 억지할 수 있도록 우리의 강력한 대응조처도 예고하고 이를 뒷받침할 태세를 갖춘 상태에서 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는 북한이 설마 해안포 발사를 감행하겠느냐는 안일한 태도를 취했다. 그것이 천안함의 교훈인가.

또한 우리군은 K-9 자주포로 응사를 했다. K-9 자주포는 정밀타격능력이 없다. 암벽에 숨어 있는 북한 포대를 무력화시키기 어렵다. 이런 군사적 상황을 알고 있는 생각 있는 인사들은 북한의 해안포 발사를 사전에 억지하기 위해 정밀유도탄(PGM)을 배치할 것을 제안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능력을 갖추지 않고 큰소리만 쳐온 것이다.

대통령은 ‘몇 배의 응징’을 공언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공언한 확성기 방송, 삐라 살포도 북한의 협박으로 슬며시 뒤로 빠졌다. 그런 지엽적 조처를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정부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보복의 한계를 면밀하게 계산하고 도발했다. 우리 정부가 확전을 각오하고 전시상태로 가려면 방어준비태세, 즉 데프콘을 3단계 이상으로 높여야 하고 한미연합사령관인 미군 장성에게 한국군의 지휘권을 맡겨야 한다. 그러나 이미 전쟁 피로증에 쌓여 있는 미국이 또다른 전쟁의 수렁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서해에 설사 항모전단이 진입한다고 해서 국가안보가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미국도 그것 말고는 달리 선택이 없어 비교적 손쉬운 제스처를 취하는 것일 뿐이다.

대통령은 또다시 희생자들의 유해 앞에서, 그리고 국민을 향해 눈물을 보임으로써 책임을 다할 것인가.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대통령의 눈물이 아니라 국가를 보위할 헌법상 책무를 다하는 것이다. 지금 그 믿음은 어디에 있는가?

국가안보의 기본(상호위협 감소, 국방태세 확립, 국론통합, 주변국과의 협력 강화)으로 돌아가자. 1g의 예방약이 1㎏의 치료약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더 큰 재앙으로 치닫기 전에 정부의 안보정책 전환을 촉구한다.

송민순 국회의원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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