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상읽기] 그래서 감세도 증세도 아니다 / 구인회

등록 2010-12-02 20:30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자감세 반대론이 여권 내에서도 공공연하다. 감세를 하면서 서민복지도 늘리고 재정건전성도 회복한다는 정부의 묘수풀이가 벽에 부닥친 까닭이다. 2년 전 정부는 법인세를 25%에서 22%로 내렸고 8800만원 이하 소득에 대한 세율도 2%포인트씩 낮추었다. 그리고 다시 법인세율과 8800만원 이상 소득에 대한 세율을 2%포인트씩 낮추려 하는 참이다. 소득세의 80% 이상을 상위소득자 10%가 내고 법인세의 90% 이상을 10%의 상위소득 법인이 내는 실정이니 모든 감세는 부자 감세이나, 정부는 정말 최상위 계층에 혜택을 몰아 주는 감세를 밀고 있다.

하지만 감세 기조 자체가 지금 정부의 아주 유별난 발상은 아니다. 과거 참여정부의 정책도 세율 인하의 큰 방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재정전문가들의 중론도 세율은 낮추되 세수 기반은 넓혀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니, 이 정부만 엉뚱하다 할 수 없다.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메우기 위해서라면 증세가 필요하듯이, 재정적 여력이 있다면 세율 인하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 문제의 핵심은 재정지출 증가가 절박하여 세수를 늘리는 게 급한 현실을 정부가 외면하는 데에 있다. 지나치게 많은 조세감면제도를 정리하여 세원을 넓히는 데 역점을 둬야 할 시점에 감세만을 앞세워 복지지출의 여지를 막아버리니 탈인 것이다. 이렇게 보면 진보세력 일부에서 증세를 내세우는 것도 다소 감정적 반발이 아닌가 싶다. 부자감세에 집착하는 탐욕에 대한 분노야 그럴 만하지만, 지금 앞장설 일이 과연 증세인지 의문이다.

국내총생산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총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국민부담률이라 한다.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이 수치가 크게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치가 36%인데 우리는 감세 전에도 26%였으니 세금 총액이 국내총생산의 10% 이상 작다. 국내총생산의 20%를 넘는 서구의 복지지출과 8%대에 불과한 우리 지출 사이의 격차도 낮은 국민부담률에서 비롯된 바 크다. 정부가 세금을 적게 거두며 복지지출도 억제한 셈이니, 복지지출이 선진 수준으로 접근하려면 세수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세수를 늘리는 게 반드시 세율 인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스웨덴 등 복지 선진국의 소득세율이나 법인세율도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니다. 이들 나라에서 재정수입이 풍부한 것은 조세감면이 적어 세금 회피가 드물고 소비세 등 세원이 넓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세율 내리는 것만 서두르면서 세원을 늘리는 노력은 기울이지 않는다. 참여정부 말과 비교해서 세금감면 총액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하니, 재정확보 대책 없는 감세가 화근이 되고 있다.

세금 공제를 줄이다 보면 없는 사람도 다소 세금 부담을 해야 하나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깎아줄 세금이 많은 건 부자이기 마련이니, 공제를 줄인다 한들 큰 부담은 부자가 지게 된다. 없는 사람에게는 늘어나는 세금 부담보다 정부로부터 받을 재정지원 혜택이 클 것이다. 분배정의를 원하는 사람들은 누진세 강화를 지지하나, 과도한 누진세는 조세저항의 부작용이 커 세수 확충이 어려운 단점이 있다. 복지국가 역사는 세수기반 확대를 통한 복지지출 증대가 소득 재분배 실현에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요컨대 누진세 강화보다는 세원 확대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재정 확보 대책 없는 감세 노선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양극화와 고령화로 복지수요는 급증하여 최근 수년간 중앙과 지방정부의 복지지출은 각각 연평균 10%와 19%씩 늘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6%가 늘고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금은 5% 조금 넘게 늘어난 수준이니, 복지수요와 복지예산의 간격이 더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메우기 위해서는 세원을 넓혀 재정을 확충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감세나 증세가 복지재정 확보라는 과제를 해결할 원칙이 될 수는 없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