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제가 패망하고 나서도 오랜 기간 사할린에 방치됐던 한인 동포들이 마침내 영주귀국길에 오른 것은 1990년대 말부터다. 우선 일본 정부의 지원으로 건설된 경기 안산 고향마을에 입주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러시아 및 기타 독립국가연합(CIS) 국가에서 거주하던 3000여명의 동포가 입국해 국내 19개 지역에서 정착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국적 취득과 함께 이곳의 사회체제에 적응하면서 훌륭한 국민이 되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할린 한인지원 특별법안 공청회에는 각 지역에서 많은 동포들이 참석했다. 국내 정착생활에 숱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아주 절실한 내용의 법안이기 때문이다. 조금씩 내용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특별법이 처음 상정된 것은 5년 전이다. 지난해에도 공청회가 있었지만 톱니바퀴가 그대로 멈춰 있는 상태다. 도대체 언제 진척될까, 하염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귀국동포들은 가슴에 피멍이 든다.
종합적 지원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채 영주귀국이 진행됐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동포들의 처지도 차이가 난다. 기본적인 생계가 어려운 상태에서 당연히 형평성·공정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재 안산 고향마을과 서울·인천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에 정착한 동포들은 2인가구당 오직 주거 및 생계급여 71만원과 특별생계비 15만원씩만 지급받는다. 여기에서 15만원이 넘는 주택임대료에 주택관리비를 공제하면 남는 것은 35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전철역에서 떨어진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게는 버스삯 등 교통비를 제하면 잔금이 식비와 일용품을 사는 데도 부족하다. 10년 전에 안산 고향마을에 정착한 동포는 생계비 외에 기초노령연금이 지급되는 한편 임대료를 내지 않기 때문에 최근 3년 동안 귀국한 동포들의 생활조건에 비하면 거의 30만원 이상 차이가 난다.
19개 지역 사할린동포회는 지난해부터 시작하여 올해에도 여러 차례 국회의원 및 해당 정부기관에 이런 문제와 관련된 요청서 및 호소문을 보냈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러시아에서 귀국하기 전부터 모아둔 예비금은 귀국 후 가구 및 생활용품 구입과 지병 치료로 거의 없어진다. 러시아에서 쓰던 소유재산은 화물 이송 한도가 30㎏ 이하로 제한되기 때문에 필수품 외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사할린 잔류 일본인과 재러 유대인 및 독일인들은 자기 모국으로 영주귀국할 당시 모든 재산을 무료로 컨테이너에 넣고 이송하였다. 영주귀국 전에 대한적십자사 담당자의 설명에는 기초노령연금법에 따라 65살 이상 노인에게 연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2009년 초 이후에 영주귀국한 동포들에게는 지급하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 및 주거지원금에 비해서도 훨씬 낮다. 새터민의 대다수는 65살 이상의 고령자인 사할린 동포에 비하면 나이가 젊고 모국어를 잘 알기 때문에 취업하기가 어렵지 않다. 일본 정부는 사할린 잔류 일본인의 정착을 위해 중국 잔류 일본인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을 포함하여 월 20만엔 이상 지급하고 의료비를 면제하는 등 지원책을 명문화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정부는 사할린 잔류 동포 문제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자로서 일본 정부에만 책임을 맡기고 종합적인 지원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병합 100년을 즈음해 간 나오토 총리가 사할린 한인 지원문제의 ‘성실이행’을 약속했음에도 2011년도 예산 편성에서 관련 ‘특별기금 갹출금’을 올해보다 줄일 방침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본국 정부가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들에게 전 지역에 걸쳐 공평한 생활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간청한다. 아파트 월 임대료와 노령연금을 해결해주지 않으면 거의 60여년 만에 귀국한 동포들의 여생이 너무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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