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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한·미의 딜레마와 중국 껴안기

등록 2010-12-05 22:14수정 2010-12-06 08:28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치된 반응을 보였다. 한·미는 전쟁으로 나설 수도 협상으로 갈 수도 없는 딜레마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실제는 어떤가? 유엔으로 가져가는 것이 도움이 안 된다는 건 이제 이 정부도 안다. 한·미는 제재라는 카드를 이미 소진했다. 물론 미국이 테러지원국 재지정, 방코델타아시아(BDA)와 같은 강력하고 포괄적인 금융제재 등 더 강력한 카드를 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그걸 명분 삼아 한반도를 더욱더 심각한 전쟁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한·미가 전쟁이 벌어지는 위험을 안으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긴장 고조는 북한에 유리한 카드다.

결국 얻은 건 해상봉쇄 수준의 무력시위와 천안함 사건에서 관철시키지 못했던 미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의 서해 진입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작전 반경 1000㎞의 조지워싱턴함이 이끄는 항모전단이 서해까지 들어와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북한에 주는 위협의 효과는 다르지 않다. 그에 반해 잃은 건 너무 많다.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태가 됐다. 무엇보다도 연평도는 이제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군 기지로 변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1월29일 담화에서 “이제 북한 스스로 군사적 모험주의와 핵을 포기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햇볕정책의 폐기를 선언했다. 핵 포기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한 건 6자회담을 열어도 소용없다는 ‘6자회담 무용론’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6자회담 수석대표 긴급협의’를 들고 온 다이빙궈 국무위원을 면담한 바로 다음날 나온 이 담화에 대해 미 시사 주간지 <타임>이 중국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한 건 이 때문이다. 국내 언론들은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중재 흉내’만 냈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이 정부의 정책은 대화 없는 압박일 텐데, 중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처럼 햇볕정책이 미국의 지지 없이 이행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면, 대북 압박정책은 중국의 지지 없이 실효를 거둘 수 없다. 1일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에서 만난 한·미 외무장관이 중국의 ‘6자 긴급회담’ 제안을 거부하지 않은 이유다.

같은 날 국내 언론의 ‘중국 때리기’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편가르기식 사고는 적절치 않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중국의 긍정적 역할을 어느 정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측이 뜬금없이 6자회담이나 하자고 한 것같이 비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니 좀 기다려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한·미 외무장관은 “6자회담을 열려면 북한이 도발적 행동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고 비핵화의 진정한 의지를 구체적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천안함 사건 이후로 돌아간 셈이다.

그러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천안함 사건에선 중국을 압박했다. 지금은 중국 껴안기다. 미국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공조방안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며 “그것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여서는 안 되며 질책이나 경고여서도 안 된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우리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불안정을 조장하지 말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설득해줄 것을 계속 촉구해 나갈 것”이라며 두 정상의 전화통화 계획이 잡히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짐작건대 그 시기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북한 방문 이후가 될 것이다.

강태호 국제부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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