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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태안사고, ‘녹색성장’, ‘공정사회’

등록 2010-12-07 21:24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7일로 태안 기름유출 사고 3주년이 됐다. 3년이 지난 지금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끝나지 않았다.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56억원으로 책임이 제한될지도 모르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의 태안기름유출사고팀과 녹색연합은 우리나라가 보충기금협약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벌였다. 2010년 8월 드디어 우리나라는 이 협약에 가입하였다. 이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민들이 가해자의 ‘과실’ 여부에 관계없이 받는 보상금의 액수는 최고 1조2000억원까지 높아졌다.

필자가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협약 가입에 따른 분담금을 우리나라 정유회사들이 분담한다는 것이다. 환경사고가 공정하게 해결되는가의 여부는 앞으로의 환경보존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이었다. ‘결자해지’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한 환경을 파괴할 힘을 가진 사람들은 환경보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환경파괴의 원인 제공자인 정유사들은 이번 보충기금협약 가입으로 장래의 대형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었다.

환경은 누구의 환경인가? 사람의 환경이다. 기후변화가 두려운 것은 세상이 물로 덮이게 되면 물고기들은 살겠지만 사람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유해한 물질은 없다. 사람이 그 물질과 어떻게 반응하는가의 문제이다. 낙지 머리를 일생 동안 과도하게 많이 먹으면 당연히 카드뮴이 축적되어 유해하겠지만, 그렇게 많이 먹지 않는 사람에게는 유해하지 않은 것이다. ‘발암 시멘트’도 구조물 속에 온전히 갇혀 있으면 사람에게 피해가 없겠지만, 공사나 수리중에 대기나 식수로 확산될 때 문제를 발생시킨다. 결국 환경문제는 모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역시 사람이 각자 자기가 처한 환경에 대해 얼마나 이성을 가지고 대응하는가의 문제이다.

환경 쿠즈네츠 이론에 따르면 경제성장 초기에는 환경이 파괴되지만 일정한 단계를 넘어서면 환경이 개선되는 U자 곡선을 그린다는 것이다. 경제가 교육수준을 그리고 교육수준이 이성적 대응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환경 쿠즈네츠 곡선은 불평등한 사회에서도 똑같이 발견될까? 통시적 관점이 아닌 동시적 관점에서 살펴보자. 쿠즈네츠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저소득 지역은 환경파괴를 더 쉽게 받아들일 것이고 고소득 지역은 이를 이용하여 더 성장하려 할 것이다. 환경은 모두가 나누는 것이지만 그 피해에는 지역적인 편차가 있다. 또 고소득자들은 돈을 들여 오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즉 불평등이 존재하는 한 경제가 성장해도 환경파괴는 계속 이루어질 것이다.

또 휴버트 켐프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심할수록 친성장-반환경적 투표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은 중간 소득자들인데, 불평등이 심할수록 중간 소득이 낮아지며 소득이 낮을수록 ‘더 잘살기 위해’ 투표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도 말하고 ‘공정사회’도 말했다. 공정사회가 전제되지 않는 한 환경보호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공정사회는 불평등의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그 필요조건이다. 환경보호는 정부의 강압적 규제로 해결되지 않는다. 환경은, 말했듯이 각자 자신의 독특한 환경에 대해 이성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줄 때만 보호된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는 환경재앙이었지만 공정성 재앙이기도 했다. 보충기금은 앞으로의 사고에만 적용된다. 하루바삐 회복이 되지 않아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땅값이 하락하면 대기업들을 포함한 돈 많은 자들이 들어와 헐값에 땅을 사들일 것이고 장기적으로 소득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약속한 1000억원은 어디에 쓰였는지 모른다. ‘녹색성장’을 위해 그리고 그것을 위한 ‘공정사회’를 위해 올바른 해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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