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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천수답 외교’로는 통일한국 안 된다

등록 2010-12-14 20:48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연구원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연구원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 외교가 천수답과 꼭 닮은 모양새다. 중국이 움직이지 않으면 북핵 문제 해결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별 뾰족한 수가 없다. 6자회담 주요국 모두가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연평도 도발 이후 사태의 긴박성을 눈치채고 급하게 한국을 방문한 중국 대표단은 외교부 장관과 대통령을 만나고서는 곧바로 베이징으로 돌아가 ‘6자회담 수석대표간 긴급회동’이라는 제안을 했다. 그것도 중대 발표라는 이름을 내걸고.

결과적으로 중국이 말한 중대 발표는 없었던 셈이 됐다. 이를 두고 중국식 허풍이라는 농도 있다. 중국의 태도는 북한이 촉발한 현재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아니면 2008년 12월 초에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현재까지 공전하고 있는 6자회담의 개최국으로서 책임을 면해보려는 속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전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비밀문건 폭로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다소 과장되어 투사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한국 외교 고위당국자가 서울 주재 미국 대사에게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여 자기파멸로 가는 정책을 변화시킬 수 없다고도 말했다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보다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작다는 것이다.

그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그들의 입장을 북한에다 강제할 의지도 부족하다고 했다. 평소 중국의 대북 역할이 매우 클 것이라고 믿어온 필자 역시 올해 상반기 무렵에 하반기 전문가들과 토론을 하다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미미할 수 있다는 주장이 소수에서 점차 다수로 넘어가는 분위기를 느꼈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정말로 미미한 것일까? 필자의 결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더욱 무게를 둔다.

첫째, 북한의 평화와 안정을 최우선으로 중시하는 중국이 북한을 자신의 중력이 미치는 궤도 안에 두지 않을 경우 중국이 역으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일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그의 추가적인 방중을 ‘허용’한 것은 북-중 밀월관계라는 표면적 이유에 대북 영향력을 과시 및 활용하려는 전략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둘째, 이제 중국은 최소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요구 수준은 미국에 견줄 만한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서해상에서의 안보적 위상은 중국의 핵심 안보와도 연관이 되어 있기에 미국에 이를 쉽사리 용인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미 동맹에 대응한다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군사관계는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자연스레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키는 기저로 작동하게 된다.

셋째,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하고 있다는 추정이 이번 위키리크스 비밀문건에서 사실로 확인됐듯이, 북한은 김정은 후계 체제의 조기 안착을 위해 중국의 지원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점이다.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로 인한 혼란이 주는 피해가 중국의 국익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이미 자리잡은 것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탈북자 문제를 포함한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질문받자, 고의로 답변을 회피하였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중국의 의뭉하고도 무례한 외교에 분노할 이유도 없다. 비단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의 숨막히는 힘의 외교가 오랫동안 한반도에서의 긴장을 적절한 수준에서 유지하는 데 일조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우리의 ‘천수답’ 외교로 통일한국을 여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 핵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이 서해에 들어온 것에만 안도하는 한 한국 외교와 국방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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