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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어디 군대만의 책임인가?/ 표명렬

등록 2010-12-17 20:23수정 2010-12-17 21:08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피폭사건 발생 시, 이른바 주류신문들은 모든 과오의 책임이 전적으로 군대에만 있는 것처럼 열 올려 질타했다. 군의 잘못을 까발려 세상에 널리 알리려고 작심한 듯, 군이 자체적으로 능히 해결할 만한 내용들까지도 꼬치꼬치 파헤쳤다. 무슨 대단한 문제점이라도 발견한 듯이 폭로성 기사를 남발해 지면을 장식했다.

하지만 그런 식의 공개적인 책망은 장병들의 자부심과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킬 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군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조장하고 불신을 확산시킴으로써 대적 심리전 전략 면에서 매우 중대한 과오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초기단계에서의 군의 판단 착오와 사태에 임하는 대응 과정에서 여러 부실하고 무기력했던 문제점들을 들춰내야 한다. 이를 좀더 치밀하게 분석하여 차후에 대비토록 조언·조력함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오로지 질책에만 정신이 팔려, 역작용을 고려하는 진지성과 책임성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이 쏟아낸 비난의 여론몰이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사람들은 천안함과 연평도 말만 나왔다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군을 난도질한다. 그야말로 묵사발을 만들고 있다. 입술로는 안보가 중요하다고들 하면서 유사시 목숨 바쳐 국가안보를 직접 책임져야 할 군대를 이토록 동네북 치듯 홀대 비하할 수 있단 말인가? 착잡한 심정 금할 수 없다.

필자가 현역으로 복무할 때, 부대 안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상급부대 지휘관이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하급부대 지휘관을 즉각 엄중히 처벌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불똥 튐을 선제 차단하던 것과 같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다.

정작 책임을 지고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할 기관 및 부서의 실책은 덮어두고 국민들의 관심을 군 쪽에만 머물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군 때리기에 열올렸던 것일까? 생각할수록 참으로 야속하고 씁쓸하다.

군도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임무수행 과정에서 크고 작은 과오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다만 그것이 장병들의 태만이나 불찰에서 야기된 전투적 실수이거나 전술적 착오라면 떠벌릴 필요 없이 지휘관의 책임 아래 개선조처하면 된다. 그러나 정책이나 제도상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사고·사건이라면 이를 주관하는 부서가 나서서 개혁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막연하게 “군기가 해이해졌다. 간부들의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장병들의 근무자세만을 나무라면 안 된다. 이는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관련 정책기관 및 주무부서의 책무를 군에 전가해버리게 된다. 문제 발생의 근본 원인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우를 범하게 된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의 본질적인 원인을 따져보자. 이는 나라와 겨레의 운명을 좌우하게 될 ‘통일정책’과 이를 뒷받침하는 ‘안보전략’이 어떻게 설정되어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갈등과 증오를 증폭하여 대결의 길로 나갈 것인가, 화해와 협력을 증진하여 평화의 길로 나갈 것이냐? 이런 선택의 결과물인 것이다.

다시 말해 ‘전쟁 불사’의 광기로 세습적 전체주의 체제를 지속하고자 하는 북쪽의 호전적 강경파와 ‘북한붕괴론’에 기대어 정권안보에 집착하고 있는 남쪽의 극단세력에 의해 빚어진 비극이라 할 수 있다.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정착만이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는다. 분단으로 희생된 국군 장병과 국민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우리 후손들 삶의 터전이 폐허되고 나라와 민족이 파멸·해체되어 버리는 절망의 불구덩이에 빠져들지 않게 하는 길은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정착뿐임을 명심하자.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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