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일본 민주당 정권이 연일 북한과의 대화 의사를 밝혀 이목을 끌고 있다. 그것도 일본 외교의 총책임자이자 강경파로 알려져 온 마에하라 세이지 외상이 공식 석상에서 되풀이한 발언이라 그 무게가 적지 않다. 아직 구체적 행동으로 표면화된 것은 없지만 적어도 북한에 대한 외교적 메시지를 의도한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특히 연두 기자회견에서 마에하라 외상이 종전보다 진전된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질문에 대한 답변 형태이지만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대해 “매우 부드러운 톤의 사설”이라고 일정한 평가를 했다. “올해의 커다란 하나의 테마”로서 이제까지 활성화되지 못했던 북-일 간의 직접 대화를 전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다른 나라에 떠맡기거나 다자간 회의 석상에서 북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양국 간에 대화가 가능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덧붙였다. 6자회담이나 미국, 중국의 중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일본이 직접 북한과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 발언이었다.
6자회담 재개 움직임과 타이밍을 맞추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올해는 다자간 회의만이 아니라 직접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 자민당 정권의 접근 방법과는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도 에둘러 표현했다.
간 나오토 민주당 정권이 북-일 교섭을 재개하려는 조짐은 이전부터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평도 포격이 있었던 직후부터 이런 움직임이 좀더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 크게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작년 11월29일 민주당 정권으로서는 최초로 납치문제 대응 기본방침을 발표했다. 8개 항목의 기본방침은 이전과 비교해서 “제재”나 “납치실행범의 신병 인도”와 같은 강경책의 언급이 빠진 반면, “2008년 8월의 북-일 합의의 이행”과 “납치 피해자에 관한 철저한 수사 조사”가 강조된 것이 주목을 끌었다. “2008년 8월의 북-일 합의”란 후쿠다 야스오 자민당 정권 때에 일본의 대북제재 부분 해제와 납치문제 재조사를 교환 조건으로 북-일 교섭의 재개를 모색한 것을 가리킨다. 당시 교착 상황이 타개될 가능성이 기대되었지만 후쿠다 총리의 돌연한 사임으로 수포로 돌아간 합의다. 2008년 8월의 시점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 연말에 마에하라 외상이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보이지 않는 형태로 북한과의 교섭은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새해에는 실무자에 의한 공식 협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것도 이런 정책전환을 배경으로 한 것이었다.
연평도 포격으로 한반도 긴장이 격화되고 남북관계가 파국을 향하는 와중에 일본은 한편으로는 유사시 자위대 파견 등 한-일 군사 안전보장 협력 강화를 제창하면서, 그와 동시에 북-일 관계 개선을 향한 포석도 잊지 않는 현실주의적 실용외교의 모습이라 하겠다.
그 배경에 미·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반도 긴장완화 외교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현실적 판단이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지지율 저하에 고전하는 간 민주당 정권이 외교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국내정치적 계산과 고려도 적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중의원에서 과반수를 빼앗긴 간 내각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몰려 있다. 올봄의 통일 지방선거 이전에 지지율을 극적으로 반전시킬 뚜렷한 수단도 경제 대책에서는 찾기가 어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와 같은 서프라이즈 방북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착상태에 빠진 외교를 재정비하는 것은 국내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기반이 불안한 약체 정권으로서 한계도 명백하지만 한반도 외교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예의 주시할 만하다.
이종원 일본 릿쿄대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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