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현 사회부문 선임기자
2009년 1월.
망루에 올랐다. 경찰의 강제진압 과정에서 망루는 화염에 휩싸였다. 개발의 탐욕에 맞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 망루에 올랐던 이들의 육신은 숯검정이 됐다. 주검은 장례도 치르지 못한 채 냉동고에서 1년 가까이 치욕을 더 견뎌야 했다. 시민들의 가슴에도 분노와 저항과 자책의 숯검정 같은 불도장을 새겼다.
경찰에게 철거민들은 ‘테러리스트’였다. ‘살인진압’의 책임자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경찰청장 후보로 지명된 직후인 2009년 1월20일 남일당 건물 상인들이 건물 철거에 저항하자 대테러업무 전담 경찰특공대를 투입했다.
그는 “무전기를 꺼뒀다”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무전기 녹음 내용이 공개됐고, 결국 청장 후보를 사퇴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까운 사람이 나간다”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해 2월 김석기 청장 후보를 서면으로 조사한 뒤 수사를 마무리했다. 8월에는 용산참사 관련 경찰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의 잘못 때문이었다는 것은 용산참사 미공개 기록에서도 확인됐다. “내가 결정권자였다면 진압을 중지시켰을 것이다” “현장 상황을 잘 몰랐다”는 경찰관 진술이 쏟아졌다.
2010년 1월.
냉동고에 갇힌 지 355일 만에 철거민 이상림, 양회성, 한대성, 이성수, 윤용헌씨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나란히 누웠다. 시민들은 “이제야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민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저희와 같은 철거민들이 다시는 망루에 오르지 않게 재개발법을 바로잡아 주세요. 없는 사람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세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이상림씨의 부인 전재숙씨는 장례식에서 눈물로 호소했다.
하지만 김석기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살인진압의 지휘관이었음에도 법원의 증인출석 명령에 불응했다. 되레 “미국 경찰이었으면 발포했을 것이다” “경찰의 진압이 잘못이라는 판결이 난다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용산 철거민 장례에 대해서는 “원칙을 무시한 합의에 통곡했다” “범법자들의 유가족에게 돈을 줄 수 있는가”라며 사망자와 유가족을 모독했다. 2011년 1월. 용산참사 2주기를 열흘 남겨놓은 10일 김석기는 오사카 총영사에 내정됐다. 이 대통령이 김석기를 중용한 것은 그를 ‘아까운 사람’ ‘내 식구’라고 봤기 때문이다. 용산참사 철거민, 용산범대위 관계자, 추모대회 참가 시민들에게 소환장을 남발하는 등 ‘보복’을 일삼으면서도, 참사를 일으킨 진압 책임자에게는 되레 ‘보은’을 한 것이다. 말끝마다 공정사회를 외치지만 스스로 ‘공정사회의 적’임을 시인한 셈이다. “용산참사, 이젠 끝났겠지” 하며 분노와 저항과 자책의 불도장을 조금씩 지워가던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 불꽃이 일었다. 먼저 용산참사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이 정부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사람들은 그 분노 뒤에 참사 2년이 지나도록 ‘제2 용산참사’를 막을 제도장치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가슴을 쳐야 마땅하다. 눈을 들어 다시 ‘슬픈 망루’를 보라. ‘다시 망루에 오르지 않게 재개발법을 바로잡아’ 달라는 유가족의 염원은 아직도 그곳에서 위태롭게 ‘농성중’이다. 오는 18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가 열린다. 손준현 사회부문 선임기자 dust@hani.co.kr
하지만 김석기는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살인진압의 지휘관이었음에도 법원의 증인출석 명령에 불응했다. 되레 “미국 경찰이었으면 발포했을 것이다” “경찰의 진압이 잘못이라는 판결이 난다면 대한민국이 망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용산 철거민 장례에 대해서는 “원칙을 무시한 합의에 통곡했다” “범법자들의 유가족에게 돈을 줄 수 있는가”라며 사망자와 유가족을 모독했다. 2011년 1월. 용산참사 2주기를 열흘 남겨놓은 10일 김석기는 오사카 총영사에 내정됐다. 이 대통령이 김석기를 중용한 것은 그를 ‘아까운 사람’ ‘내 식구’라고 봤기 때문이다. 용산참사 철거민, 용산범대위 관계자, 추모대회 참가 시민들에게 소환장을 남발하는 등 ‘보복’을 일삼으면서도, 참사를 일으킨 진압 책임자에게는 되레 ‘보은’을 한 것이다. 말끝마다 공정사회를 외치지만 스스로 ‘공정사회의 적’임을 시인한 셈이다. “용산참사, 이젠 끝났겠지” 하며 분노와 저항과 자책의 불도장을 조금씩 지워가던 사람들의 가슴에 다시 불꽃이 일었다. 먼저 용산참사에 대해 조금도 반성하지 않는 이 정부에 다시 분노가 치밀었다. 사람들은 그 분노 뒤에 참사 2년이 지나도록 ‘제2 용산참사’를 막을 제도장치 하나 마련하지 못했다는 자책에 가슴을 쳐야 마땅하다. 눈을 들어 다시 ‘슬픈 망루’를 보라. ‘다시 망루에 오르지 않게 재개발법을 바로잡아’ 달라는 유가족의 염원은 아직도 그곳에서 위태롭게 ‘농성중’이다. 오는 18일 서울 정동 환경재단 레이첼카슨룸에서 용산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토론회가 열린다. 손준현 사회부문 선임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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