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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공정위는 무엇을 해야 하나?

등록 2011-01-17 21:08

허선 전 공정위 사무처장
허선 전 공정위 사무처장
공정거래위원장이 새로 부임하고 나서 공정위 본연의 임무에 대해 논란이 생겼다. 공정거래법은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하려고 만든 법이다. 공정위는 이 법을 집행하려고 만든 행정조직이다.

시장경제 체제는 지난 200년 동안 변형되면서 발전하며 사회주의와 70년 동안 경쟁해서 완승하는 유연성을 보여줬다. 한국 경제가 발전한 것도, 북한 경제가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정도로 처참해진 것도 경제체제 때문이다. 시장경제 핵심은 기업끼리 경쟁을 하게 하고 정부는 시장에서 빠져주는 것이다. 시장이 최적배분에 실패하는 경우, 즉 소위 시장실패가 생길 때만 정부가 관여한다. 국방·치안·공원과 같이 외부효과가 있는 경우 정부가 강제로 세금을 거둬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그리고 소득배분, 사회문제에 후속적으로 관여한다.

또다른 하나는 독과점기업의 가격이 경쟁가격보다 독점이윤만큼 높은 경우이다. 이때 소비자에게 가야 할 혜택이 사업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자원의 최적 배분에 실패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을 두고, 공정위를 두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외국에서는 경쟁법이라고도 부른다. 이 법은 인위적인 독과점을 막고자 한다. 시장경제에서 자유롭게 경쟁을 통해 남보다 잘하는 기업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경쟁하는 기업이 경쟁 회사를 사들여 한 회사로 만들어 버리는, 즉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통해 독과점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또 경쟁 기업들은 경쟁하기가 피곤해, 서로 짜고 가격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의 명령인 경쟁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건 담합, 즉 카르텔이다. 그래서 카르텔을 소비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소매치기, 시장경제의 암이라고도 한다. 카르텔 근절이 시장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해야 하는 정부의 가장 큰 일이다. 이미 시장을 지배할 만큼 커버린 대기업들이 자신의 힘을 악용해서 경쟁 기업들을 괴롭히거나 소비자에게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 이것도 공정거래법은 막는다.

공정거래법은 시장경제의 핵심적 제도이다. 120년 전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입법되어 발전해온 경쟁법이 현재 80여개 국가에 도입되어 운영된다. 심지어 중국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조건으로 경쟁법의 도입을 제시받아 2008년도에 도입해 운영중에 있다. 자유로운 경쟁 보장에 소홀히 한다면 그것은 가짜 시장경제이다. 이는 국가 안전을 지키는 국방의 임무만큼 시장체제를 지키는 공정위의 중요 업무다.

기업들은 경쟁 과정을 거쳐 싸고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물가는 독점이윤이 빠진 만큼 안정되고 소비자는 선택의 자유를 즐긴다. 기업은 경쟁 상대를 이기기 위해 혁신을 강요당한다. 독점기업은 혁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는다. 경쟁은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만들어 실업을 줄인다. 경쟁당국은 이런 시장경쟁을 보호하고 창달하는 일차적 책임을 진다. 정부의 규제가 너무 많거나 시장에서의 정부 역할이 너무 크면, 공기업의 민영화, 규제개혁을 통해 시장 자체를 키우거나 형성하기도 한다.

한국 공정거래법은 올해 4월이면 시행 30주년이다. 1981년 공정거래법 도입 이후 공정위의 실질적 업무는 그 초점을 달리해왔다. 초기 10년은 불공정거래 행위 규제에 힘쓰고 기관의 집행 역량을 키워왔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개혁의 중심기관으로 경쟁법 집행이 강화되고 재벌정책도 강화됐다. 참여정부 이후 공정위는 재벌 규제보다는 독과점 규제, 즉 카르텔 규제, 기업결합 심사에 중점을 두는 정상적 위치로 회복됐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 공정위는 정책의 중심을 경쟁 촉진에 두고 법 집행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공정위는 만연된 카르텔을 근절하기 위해 검찰과 협력을 넓히는 결단을 해야 한다. 경쟁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와 기업들이 법원에 손해배상을 쉽게 청구할 수 있도록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공정위는 흔들리지 않고 시장으로 가는 길목을 지켜야 한다.


허선/ 전 공정위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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