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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사랑 / 박순빈

등록 2011-01-19 21:16수정 2011-01-19 22:06

박순빈 경제부문 편집장
박순빈 경제부문 편집장
편집국에서
가끔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고민한다. 정의를 내려야 총체적으로 진단하고 비판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어렵다. 몇 줄로 경제정책의 특징을 정리할 수 없다. 목표와 방향은 구름 위에서 놀고, 실제로 집행되는 정책은 오락가락하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뭉뚱그려 ‘관념적 신자유주의’ 또는 ‘성장 만능의 시장근본주의’라는 딱지를 붙이기도 하는데, 현실과 맞지 않는 얘기다. 정통 신자유주의자나 시장원리주의자의 잣대로 본다면 통탄할 일들을 정부가 서슴없이 벌인다. 대통령이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로 시장경제의 파수꾼이 되어야 할 공정거래위원회가 물불 가리지 않고 물가 틀어막기에 총력을 쏟는 모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엠비(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굳이 정의하라면 임시방편주의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그때그때 달라요’이다.

다만 목표와 방향 설정에서부터 실제 집행에까지 초지일관하는 정책분야가 있다. 바로 부동산 정책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주요 경제정책의 입안·집행에 책임을 지는 사람들, 앞으로 책임질 후보들까지 부동산에 대한 사랑은 유별난 것 같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발표된 부동산 관련 대책을 세어보니, 2008년 6·11 지방 미분양 해소대책에서부터 올해 1월13일 나온 전·월세 대책까지 무려 19가지에 이른다. 두달에 한번꼴로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내용은 대부분 공급과 매매 관련 규제를 허물거나 완화하면서, 수요 측면에서는 투기까지 과감히 부추기는 것들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던 1만9149㎢의 국토 가운데 이명박 정부 들어 해제된 땅이 1만2632㎢(84.7%)로, 서울시 면적(605㎢)의 20배에 이른다. 게다가 지난 연말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친수구역개발특별법을 근거로 4대강 주변 2만4000㎢(국토면적의 23.5%)를 개발할 수 있는 시행령까지 만들었다.

부동산경기 부양은 단기간에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를 발휘한다. 경기가 꺼질 때도 부동산 쪽에 불을 지펴 되돌리는 게 가장 쉽다.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면, 부동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부동산을 활용한 각종 개발투자가 활기를 띠고 성장률은 확 올라간다. 문제는 부동산을 떠받치는 돈의 성격이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라 빚으로 키운 자산거품은 언젠가 큰 탈이 나게 마련이다. 부동산 경기를 매개로 한 성장 경로는 마치 거대한 폰지게임과 같다. 수요자가 끊임없이 빚을 내 부동산 경기를 유지하는 상황은 언젠가 천길 낭떠러지에 이른다.

빚이 늘어나더라도 원리금 상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면 상관이 없다. 그러나 지난 3년 동안 우리 경제 주체의 대차대조표는 점차 빚이 빚을 키우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3년 동안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83조7000억원이 순증했는데, 정부와 가계의 부채는 각각 95조1000억원, 140조원씩 모두 235조1000억원이 늘었다. 국민계정상 경제활동의 세 축(가계·기업·정부) 가운데 두 축의 부채 증가액이 총생산 증가액보다 51조4000억원이나 많은 것이다.

요즘 서민들은 한파보다 더 매서운 전셋값 고공행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셋값 올려달라는 집주인 압박에 밤잠을 설치는 이들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인상액이 보통 자기 연봉보다 더 많다. 서민들의 평균소득에 견줘 터무니없이 높은 집값, 전셋값은 결국 더 많은 서민들을 빚쟁이로 내몬다. 국가든 개인이든, 소득보다 지출이 더 많은 상황이 지속될 때, 그래서 빚의 증가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가속화할 때, 종착역은? 파산이라는 게 동서고금의 진리다.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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