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매개체로 오해받아 사향고양이 1만마리가 하루아침에 처형된 게 6년 전이다. 사향과 약, 커피 루왁을 뽑아내거나, 모피, 음식(룽후더우, 수이주훠마오)으로 밥상에 오르던 고양이는 인간 질병의 대속자로 둔갑해서 속죄염소(양) 노릇을 해야 했다. 과학의 이름으로 완성한 주술적 행위였다. 그럴 즈음 놀랍게도 호흡기증후군은 급성으로 자취를 감추어갔다. 과연 주술의 힘은 강했다.
속죄염소에서 보듯 일찍부터 동물은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짊어져왔다. 유대 역사만이 아니다. 죄를 씌운 뒤 염소를 황야로 내쫓으면서 사람들은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죄는 씻겨나갔다. 잘못을 염소가 다 가져갔으므로. 그리고 한 유대 청년이 대속의 나무에 매달려 못 박혔다.
인간세계 고통의 상당 부분은 주술이 맡아왔다. 과학자들이 죽은 새에서 병원체를 찾아내면 미디어는 이를 대중에게 주술적으로 유포시켜왔다. 그런 과정에서 가정치는 사실로 굳어간다. 새 질병에 대한 공포 덕분에 미디어 소비는 극대화될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새들의 비행 각도로 조류인플루엔자(AI)는 퍼져나가고, 모든 철새는 인플루엔자의 전파자가 된다.
오늘날 사람과 동물이 앓는 유행병 대부분은 특정지역 풍토병이었다. 식민지시대 이동(여행, 탐험, 침략 등)은 질병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었다. 도시화와 도로, 철도, 항로는 그걸 빠르게 퍼뜨리는 경로였다. 인수공통질병은 구구한 말이 필요 없이 자본의 광적인 단백질 착취(집단사육)와 유통에서 말미암았다. 그런 점에서 유행감염병의 발생과 숙주와 매개체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야만적 자본과 무능한 정치권력이다.
오래도록 질병의 출처는 대개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아시아였다. 몇해 전부터는 국경 없이 날아다니는 새 따위가 문제다. 자본이 책임 회피를 위해 만들어낸 속죄염소로는 새가 마지막 주술이 될 게다. 유행병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 이 새들에게 여권을 만들어주어야만 한다. 서해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 [사설] 노동자 안전 뒷전 중대재해법 후퇴가 민생 대책인가](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300/180/imgdb/child/2024/0116/53_17053980971276_2024011650343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①국내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2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768.jpg)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 [올해의 책] 숙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 다시 책으로 ②번역서](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original/2023/1228/20231228503807.jpg)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2/20250212500150.webp)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1/20250211502715.webp)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12/127/imgdb/original/2025/0211/20250211503664.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