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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여성 일-가족 양립 위해 기업·정부도 책임 다해야

등록 2011-01-23 19:06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위원장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위원장
정문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위원장

여성문제 우선과제 ‘일과 안전’
모성보호 제도 여전히 불안

공보육·육아휴직 정착 필요

비정규직 소외도 사라져야

여성이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고 있는 현실에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또 임신·출산기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어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낮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성들이 일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조건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출산과 이에 따른 양육의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고 있는 현실 조건하에서 취업여성들은 출산과 양육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실정이다. 경제활동을 계속해야 하는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결국 임신·출산기 여성들이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어 경력이 단절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는 여성고용과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즉 일-가족 양립정책이 미흡하기 때문이다. 일-가족 양립정책이라는 용어는 누구나 유급노동과 가정생활(자녀 양육)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오이시디 보고서를 비롯한 다른 나라 문헌에서는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라는 용어가 흔히 사용된다.

우리나라는 일하는 여성들의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법적인 보호가 마련되어 있다. 2001년에 모성보호 관련법을 개정하여 산전후휴가가 90일로 확대됐으며, 제도에 따른 비용의 사회보험 분담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육아휴직은 만 6살 이하의 영아를 가진 부모 모두 각각 1년씩의 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사업장에서는 상사나 동료의 눈치로 임신이나 출산을 하면 퇴사의 압력을 받기 일쑤이다. 육아휴직 사용은 더욱 힘들다. 산전후휴가자 중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은 49.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의 육아휴직자 비율은 1.2%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기업 내 남성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고과의 불이익, 사업장 내 따가운 눈총으로 휴가 사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으로 남성들이 육아에 참여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여성노동자의 상당수가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제도를 실제로 사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제도가 고용보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여성들은 이 제도에서 소외되어 있다. 25살에서 34살의 임신·출산·육아기 여성 중 고용보험 가입 여성은 35.1%에 불과하다.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29.4%의 여성이 고용보험에 미가입 되어 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자, 비공식 여성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고 영세 자영업자와 여성농민을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연령별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연령별 여성경제활동 참가율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올바른 일-가족 양립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이 절실하다.

첫째,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기업 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직장 다니는 여성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 것이 사내 눈치법이다. 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도록 사업장 내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휴가로 인해 업무에 공백이 생기고 대체인력을 구해야 하는 문제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길임을 자각해야 한다.

둘째, 남성의 육아 참여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 남성들이 함께 육아에 참여하지 않으면 남녀 모두 일-가족 양립을 할 수가 없다. 우선 아빠의 1개월간 육아휴직 할당제를 실시하고 1년 중 1개월에 대해 80%의 소득 대체율을 적용하여 남성의 육아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을 줄여 남성들이 육아를 위해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셋째,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정규직 여성의 82.4%, 비정규직 여성의 37%만이 고용보험에 가입(2009. 8)되어 있다. 또한 계약직 노동자의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기간 전에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에 휴가를 사용할 수 없고 또한 계약 갱신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하여야 하고 산전후휴가나 육아휴직 기간에 계약 만료 시 자동 계약 연장을 하거나 휴가 수급권을 보장해주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넷째, 정부가 책임지는 국공립보육시설을 통한 공보육이 정착되어야 한다. 여성들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으려면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저렴한 보육시설은 필수조건이다. 전국 보육시설 중 국공립보육시설은 전체 보육시설의 5.4%, 보육시설 이용아동의 11%만이 이용가능하다. 평균 대기자는 78명 수준이다. 실제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부모의 욕구가 존재하고 있지만, 정부는 국공립보육시설 확충에 대한 계획을 제시하는 대신, 자율형 어린이집 도입을 제시하고 있다. 자율형 어린이집이 도입된다면 보육시장의 양극화는 불을 보듯 뻔한 문제이다. 정부는 모든 아이들이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양질의 공보육시설의 확대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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