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세상의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도 여성의 몸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모성보호’는 건강한 사회로 가는 데 필수적인 덕목이다. 여성이 일로써 자아를 성취하고 가정을 따뜻하게 꾸려가는 것이 양립 가능한 사회, 성폭행이나 가정폭력의 두려움이 없는 사회가 좋은 사회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급속히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이런 데는 여성의 만혼이나 결혼 기피 추세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한 조사에서 25~29살 여성의 ‘미혼율’은 1975년 11.8%에서 2005년에는 59.1%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보건사회연구원 2010년 7월). 20대 후반 여성 다섯명 중 세명이 결혼하지 않은 셈이다. 정부도 이런 추세를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지난해 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이라고 할 일하는 여성의 임신-출산-육아 등에 법적, 제도적 구멍이 많고, 직장 내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장벽이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여성이 ‘일과 가정’을 동시에 잘 챙기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해 한 조사결과 일하는 어머니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자녀의 학교에서 수시로 부른다’는 것이었다(삼성경제연구소 2010년 9월). 점심급식이나 교실청소 등 이런저런 일로 돌아가면서 자녀의 학교에 가서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지만, 근무시간에 이런 일로 자리를 비우는 것이 허용되는 직장은 많지 않다. 입시제도가 복잡해지면서 자녀 학교생활이나 사교육 관련 정보가 자녀의 학교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쟁력이 됐다. 그러나 일하는 여성은 전업 주부들의 ‘정보 모임’에 끼지 못한다는 소외감을 갖고 있다. 물론 직장 여성을 옥죄는 것은 산전산후 휴직에 따른 불이익, 주변의 이해 부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모성보호제도 등 여러 가지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나라 여성은 여전히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에 노출돼 있다. 최근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에 따르면 일년에 중대한 폭력을 당한 아내는 약 50만명에 이르지만 경찰, 사회서비스 등 외부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10만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은 아동의 정서에도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고, 폭력의 대물림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저 ‘가정사’로 방치될 것은 아니다.
이봉현/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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