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왜냐면] 해적 재판에 앞서 고려해야 할 것들

등록 2011-01-28 18:24

재판과정 비용도 문제지만
해적과 테러집단이 한국을
주목하는 계기를 줄 수 있다
국제 인권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이은수 미국 노스다코타주립대 연구원

2010년 11월 미국 버지니아주의 노퍽 법정에선 미 함정을 공격하다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단들의 최종 공판이 있었다. 상선으로 오인해 벌어진 이 총격에서 미 함정은 해적 한명을 사살하고 11명을 생포한 전과를 올렸다. 미 정부는 초기 주변국에서 해적들에 대한 재판을 진행하려 했으나 중압감을 느낀 케냐 정부의 거부로 결국 미국으로 이송돼 열렸다. 미 법정에서 거행된 해적 재판으로는 200년 만에 처음이라는 역사적 중압감 속에 미 정부는 법정의 해적들에게 통역을 대동시키고 재산기록이 없는 이들을 위해 공공변호사를 배정하는 등 형식적인 모양새 갖추기에 애를 썼다. 해적 스스로 인질 보상금을 노리고 함정을 공격했음을 시인함에 따라 노략, 선박 침몰 시도, 음모, 납포 미수 등의 혐의로 5명에겐 30년 형이 내려졌고 다른 6명은 국내법에 따라 무혐의 처리됐다.

1월21일, 대한민국 해군 청해부대는 ‘아덴만 여명작전’으로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 한국 선원 8명을 포함한 21명을 구출하는, 공해상에서의 최초 인질 구출작전을 성공시켰다. 인근국에 인계할 예정이었던 생포 해적들에 대한 처리 문제는 주변국의 난색과 대통령의 지시로 국내에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해적 재판엔 여러 문제가 있다.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시 소말리아 정부와 아랍 주변국, 국제 사회 기준에 비추어 외교적인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아덴만 최전선에서 유디티(UDT) 대원들이 활약했다면 이젠 사법·외교 전문가가 복잡하고 미묘한 재판을 처리해야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국제해사기구의 2011년 1월21일 해적집계보고서에 의하면, 소말리아 해적으로 의심이 가는 해적행위로 현재 32선 746명에 달하는 인질들이 억류되어 있다. 이들 중엔 한국 국적의 금미호도 포함되어 있다.

2009년 케냐 정부는 생포한 해적들을 무혐의로 석방했다. “공해상에서 체포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사법권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독일과 미군의 합동작전으로 체포한 9명의 해적 혐의자들과 기존 억류되어 있던 50명의 해적들이 케냐 국내법에 의해 소말리아로 되돌려 보내진 것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생포되었던 약 780명의 해적 중 90%가 바로 소말리아로 돌려보내졌다. 가장 큰 이유는 우습게도 ‘재판을 수행할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2010년 11월,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독일 컨테이너선을 피랍했다 네덜란드 해군에 생포된 10명의 해적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이들은 출생 기록조차 없어 정확한 나이 파악조차 힘들었다. 2009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해적 재판에서도 이들의 범죄 여부보다 해적의 미성년 여부와 인권문제가 더 큰 관심사가 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 내에 국제재판소를 설치하고 해적들을 이송하여 기소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까지의 이송 처리가 너무 멀고 미국 인도 시 본국의 정치적 상황을 이유로 망명이 빈발할 것을 우려했다. 대통령의 의지대로 생포된 5명의 소말리아 해적이 한국에서 기소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도 매우 상징적인 재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재판과정에 소요되는 비용과 해적 관련 집단 및 이와 연계한 테러집단이 한국을 주목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더불어 향후 소말리아 국민과의 정서와 인권 차원의 외교 지원에 대한 장기 전략이 수립되어 있는가도 살펴보아야 할 문제이다. 선박 등록국, 선주와의 협의는 물론 국내법과 국제 인권문제에 대한 검토도 동시에 이루어질 중대한 사안이다. 무엇보다도 이 재판이 한국 선박에 대한 해적‘질’을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근본적 방안인지 판단해 보아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