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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복지, 당장 시작해야 점진적으로 된다 / 이계안

등록 2011-01-28 20:02수정 2011-02-08 16:47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전 국회의원
이계안 2.1연구소 이사장·전 국회의원
기고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주요 강령으로 채택한 이후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록금 반값을 주요 정책으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에서도 선별적 복지, 맞춤형 복지 등 ‘복지’는 시대의 화두로 등장했다. 이제 복지를 말하지 않고서는 정치인으로서 명함도 못 내미는 시대가 됐다.

당연히 뒤따르는 쟁점이 재원조달이다. 우리가 그것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가? 감당할 수 없으면 조금씩 우선순위를 정해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당연해 보이나, 이런 논의는 그 출발점에서부터 잘못 설정된 것이다. 왜 그럴까?

논의의 출발점은 왜 복지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됐을까, 우리 사회가 현재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반성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는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겨줬다. 2차대전 이후 출범한 저개발국 중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로운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룬 대한민국을 물려줬다. 하루 세 끼 먹는 것도 힘든 경제에서 이제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21세기를 10년 지난 지금, 우리는 우리들의 자식들에게 무엇을 남겨야 할 것인가?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출발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밑거름은 사람이었다. 부모들은 이것을 알고 있었기에 자신들이 굶더라도, 작은 농토를 팔아서라도 자식들 교육에 모든 것을 걸었다. 요즈음은 어떠한가? 우리 세대들도 자식 교육에 전력을 다한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교육을 받은 우리들의 자식에게는 청년실업, 88만원 세대, 비정규직이라는 굴레가 씌워지고 있다.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부에 따른 교육의 차별화, 신분의 차별화는 당연해지고 있다. 세대간 갈등을 넘어선 거대한 장벽을 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런 의문에 대한 처방을 생각해야 한다.

그 처방으로서 과연 나라는 대한민국 공동체의 우리 국민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요컨대 ‘나라의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복지라는 화두는 이런 시대의 문제에 대한 처방 중 하나로 나온 것이라 봐야 한다.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에서 ‘잘산다’는 의미가 바뀌고 있다. 세 끼를 먹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의 문제로 바뀌었다. ‘삶의 질’을 생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이것이 나라의 일이 됐다.

대한민국에 사는 한 눈칫밥 먹지 않고, 자식 교육 걱정을 하지 않는 것, 자식들에게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를 물려주는 것, 이것이 나라의 일, 국가의 의무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국 교수가 말하듯 무상급식은 ‘의무급식’이다. 부모의 부와 상관없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듯 급식은 의무급식인 것이다. 보육·의료도 같은 차원이다. 나이 들어 병원에 갈 걱정이 없는 나라, 자식들 키우는 걱정이 없는 나라, 이것이 자식들에게 물려줄 나라가 아닐까?

그러나 복지가 만병통치약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행복’을 찾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장벽이 가로막혀 성공의 기회를 찾을 수 없는 절망의 땅이 된다면 그 사람들은 어찌될 것인가? 그런 공동체는 유지될 수 없다.

일하는 즐거운 기회가 제공되는 대한민국,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최소한 누려야 할 교육·보육·의료에 대한 걱정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우리가 능력이 없으니까 나중에 점차적으로 하자는 말처럼 무책임한 것은 없다. 눈앞에 숙제가 있는데 내일로 미루면 그 숙제를 할 수 있을까? 일단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시작을 해야만 점진적, 순차적으로 한다는 것도 성립할 수 있다.


내일은 너무 늦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그래야만 우리 자식들에게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한 것처럼 너희들도 다음세대에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물려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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