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신
김명신
서울시의회 의원
교육위원회
서울시의회 의원
교육위원회
지난 2010년 말, 서울시의회에서는 조용한 예산혁명이 일어났다. 이른바 눈먼 돈인 개인증액이 사라진 것이다. 그 혁명은 조용한 울림과 밝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 9월 초,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는 내부논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선심성 교육예산 ‘개인증액’을 없애기로 발표했다. 개인증액 관행이 있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도 이를 없애도록 요청했다. 조용한 혁명의 시작이었다. 개인증액이란 서울시 교육위와 예결위 의원들이 일정 한도 내에서 특정 학교에 임의로 예산을 늘려주는 관행이다. 이런 관행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동의할 경우 의회에서 증액이 가능하다’는 지방교육자치법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런 속사정으로 서울시의회 9개 상임위 중에서 교육위는 예결위와 함께 최고의 인기 상임위가 됐다. 물론 시의원은 시민들을 대표하니 절실한 지역의 교육시설 사업을 제안할 위치에 있기는 하나 지역현안 사업보다는 개인의 낯을 세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관행이 서울을 비롯한 일부 시도에만 있어 대상이나 규모가 각양각색이라 병폐가 심했다. 실제 서울시 교육위원 15명, 예결위원 30여명 도합 50명에 가까운 시의원들이 개인증액을 통해 한명당 평균 15억원씩 통틀어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맘대로 배정하면 사업비 1조8000억원 중 5%에 달한다. 이 결과 집행부가 제출한 예산 중 꼭 필요한 예산은 삭감되고 불필요한 예산이 증가하는 누더기 예산이 된다.
서울시 교육위원과 일부 시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등 특정학교에 연간 평균 900억원, 4년간 3500억원의 교육예산을 선심성으로 써왔다고 한다. 정글세계처럼 힘센 학교에 힘센 의원들이 열악한 학교에 지원될 예산을 중간에 가로채 지역간 양극화도 심화됐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 교육청은 교육환경시설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건물과 시설의 내구연한 체크 리스트와 실사 작업을 통해 서울시내 학교시설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교육환경시설개선 우선순위 책자를 만들고 있다. ‘청와대도 손대지 못한다’며 정치권 등 외부압력에 대항하고 예산을 합리적으로 집행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시행 초기라서 미흡한 점도 많아 그 틈새를 개인증액이 파고드는 것이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이 예산혁명의 100% 실현을 장담하진 못했다. 그러나 대다수 교육위원들은 서울시 교육계의 인사, 시설, 수학여행 비리 등 각종 비리 앞에서 개인증액이라는 욕심을 버렸다. 교육위원들은 예산 심의 중 불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한 예산을 삭감한 뒤 200억원이 넘는 돈을 예비비에 넣었다. 추경 때 집행부가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놀라워했다.
한편 연말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여당과 정부의 일방적인 날치기 예산, 형님예산은 대다수 시의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저마다의 욕심을 죽비로 내려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만 지역 유권자에게 잘 보이고자 제2의 형님을 주장할 이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서울시의원들은 개인증액을 포기하는 대신 여당과 정부가 삭감한 복지예산-노인정 난방비, 유아 예방 접종비, 중증장애인 관련예산, 무상(의무)급식예산을 우리 모두를 위해 공동증액을 했다.
아쉬운 점은 이런 예산혁명에 오세훈 시장이 동의하지 않은 것이다. 이유야 어떻건 전국에 구제역이 창궐하고 경제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의회와 집행부가 화합해서 서울을 발전시키기를 바라는 서울 유권자에게는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아쉽고 죄송한 가운데에서도 서울시의원들은 유권자들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기 위해 조용한 예산혁명을 치렀다는 말씀을 전한다. 그렇게 역사는 조용히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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