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다카히로
스즈키 다카히로
일본 조사이국제대 객원교수
일본 조사이국제대 객원교수
지난해 말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미래포럼 2010’에서는 한·중·일 동아시아 3국 기업들의 새로운 발전, 동아시아 지역의 관계성 등이 주로 논의됐다. 기업의 경쟁과 협력을 통한 새로운 국제관계, 기업혁신, 국제표준화, 정부관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ISO 26000, 저탄소사회와 기후변동 등 매우 광범위한 시각에서 기업 및 기업활동에 대해 토론했다. 시민사회적 관점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싱크탱크를 검토했고, 민간의 시각으로 새로운 동아시아의 흐름과 관계성을 살폈다.
일본이 잘나가던 시기였다면 아마 일본에서 이런 포럼이 열렸을 것이다. 국제적 존재감을 키우는 중국이 아니라, 경제적 약진이 돋보이는 한국에서 열렸다는 사실 역시 동아시아의 현실을 상징하는 것이라 느꼈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시에스아르의 움직임이 동아시아, 특히 환경문제가 발생하는 중국에서도 시작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신선했다. 이번 포럼 참가자 수와 열기, 시에스아르 지원조직의 활동 등을 살피면, 시에스아르는 앞으로 더 보급될 것이고, 양국의 기업활동을 변화시킬 듯하다.
북한이나 센카쿠열도 문제, 중국의 군비확충 등 동아시아에서 좋지 않은 낌새가 늘고, 지역안전보장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에서, 이번 포럼과 같이 다른 관점의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민간 차원에서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일본은 안전보장상의 제약이나 시에스아르 활동이 먼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싱크탱크의 현황보고에서는 한국이나 중국에도 다양한 형태의 조직(중국에도 비정부 계열이 만들어지고 있다)이 빠르게 성장하고, 이들이 정책 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이 지적됐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국가계획 작성에 연구기관을 활용하는 토양과 역사가 있다. 많은 민주화 이행 국가들에서 싱크탱크가 중요한 구실을 담당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민주화가 진행중인 중국에서도 유사한 일이 일어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 일본은, 여전히 관료 주도의 국가사회주의 국가이다. 전후 다양한 국가계획이 만들어졌을 때조차 그것은 연구기관이 아니라 관료가 주도했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은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최근 정치 주도나 탈관료가 주장되나, 그것을 실현하는 싱크탱크 기능은 아직 취약하다. 개선 속도 또한 매우 느리다.
이런 뒤처지는 듯한 상황에 초조함을 느끼면서, 한국과 중국 참가자들에게 물어보았다. “일본은 지금 폐색감이 가득하다. 중국과 한국에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상황이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 일본은 토대가 단단하다. 아직 남에게 많은 것을 배울 상황은 아니다”라며 거꾸로 힘을 줬다.
다이와증권그룹의 가와구치 마리코 사회책임 담당 부장이 분과모임에서 말한 내용은 인상 깊었다. “최근 국제경제에서 중국의 존재감은 급격히 커지는 반면, 일본의 존재감은 빠르게 줄어든다. 일본인들이 자신감을 잃고, 미래를 불안해하며, 사회 분위기 또한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사가 앵거스 매디슨의 연구가 보여주듯, 지난 40년과 향후 20년 동안 중국과 일본의 존재감 역전은 당연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중국은 원래 국제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오히려 지난 수십년간이 예외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일본인은 그렇게 암울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지금의 풍족함을 활용하여, 앞으로 일본 사회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 동아시아의 미래도 그런 장기적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엄혹한 면만 보다가 사고를 정지하는 태도는 이제 멈출 때이다. 일본도 새로운 관점과 발상으로 동아시아와 자국의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이번 포럼 참가를 계기로 이러한 발상과 새로운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고, 그것을 <아사히신문> 인터넷판 칼럼으로도 발표하여 다른 일본인들과 공유했다. 초청에 다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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