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뜻을 품었던 위원회가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되고
변질되어 파선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끝맺을 수는 없다
비난과 조소의 대상이 되고
변질되어 파선하고야 말았다
이렇게 끝맺을 수는 없다
김주현 전 진실화해위원회 민원실장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정국 이후 권위주의 시기 사이 ‘항일독립운동’ 및 ‘해외동포사’, ‘적대세력 및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인권침해 사건’ 등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기 위하여 한시조직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서울 충무로에 둥지를 튼 지 5년, 그 위원회가 경인년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신청사건 1만860건의 사건을 분리, 병합 및 직권조사하면서 1만1175건이 되었으며 이 중 75.6%인 8450건은 ‘진실 규명’을 하였고 4.7%인 528건은 ‘규명 불능’, 15.5%인 1729건은 ‘각하’ 처리하였다.
신청사건 중 88.9%를 차지하는 9936건이 해방정국의 혼란기에 빚어진 사건들로 우리 현대사에서 한국전쟁 다음으로 엄청난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손실을 초래했던 사건들이다. 활동기간 중 정부 각 부처 및 군·경 그리고 별정·전문 요원들과 함께 서로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진실 규명’에 접근해 나갈 수 있었음은 피해자들의 한을 일부나마 풀어준다는 의미에서 자긍심이었으며, 또한 찾아오는 한 맺힌 민원인들과의 속 깊은 대화를 통해 그 쓰리고 아픈 가슴을 다소나마 어루만져 줄 수 있었음은 큰 보람이었다.
다만 위원회 결정사항이 ‘금전보상 요청’이나 ‘소송제기 자료’로의 활용가치가 미흡함에 따른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없었음은 ‘진실’에 충실하게 접근해야 하는 기본법 취지의 한계였다. 하지만 보람의 반대편에 자리잡고 있는 아쉬웠던 점들이 짧은 기간 크게 점철되어 있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제3기 조직정비 직제개편 과정에서 특정직원 보직임용, 재계약 거부에 의한 해고 등 불협화음의 빌미를 제공했던 사태, 그리고 ‘권위주의 시기’에 대한 판단 기준 재설정 시도는 어렵사리 규명해온 ‘진실’을 재판단하려는 뉘앙스로 비쳐지면서 위원회가 상처 받은 백성들에 의해 비난과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종료 직전 외유성 미국 심포지엄에서 ‘제주 4·3사건’과 ‘광주민주화운동’을 ‘공산 폭동’과 ‘민중 반란’으로 표현하였다는 언론 보도, ‘진실 규명’으로 의결한 ‘미군 폭격사건’ 등을 ‘규명 불능’으로 뒤집는 과정에서 문제 제기 직원을 면직시켰다는 유족들의 절규를 접하면서, 큰 뜻을 품고 어려움을 헤쳐나갔던 위원회가 어리석고 누추한 형상으로 변질되고 끝내 파선하며 침몰하는 모습으로 비쳐졌던 현실은 너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상당수 전직 조사관들은 미흡한 보고서에 대응한 별도의 백서 발간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진실’이란 거짓의 힘에 밀려 어느 기간 가릴 수는 있을지언정 오랜 세월 평지풍파에도 결코 변질되거나 지워질 수 없는 것이다. 잘되었건 잘못되었건 지금까지 이루어져 온 모든 과정과 결과들은 역사 속의 기록으로 묻혀지게 되고 이에 대한 평가는 또다른 사람들 몫으로 남았다. 하지만 종료시점의 이의신청 사건, 방치된 발굴 유해의 안치 문제, 국가에 대한 권고사항의 확실한 이행과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법 제정, 과거사 관련 재단 설립 등이 담보되지 않은 채 끝을 맺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후속 조처를 해나가는 데 추호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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