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의 정보기관을 꼽으라면 1420년 명나라 영락제 때 설립된 동창(東廠)을 들 수 있다. 정변으로 권력을 잡은 영락제는 반대파 탄압을 위해 비밀 감찰기관인 동창을 만들었고, 신임하는 환관을 수장에 임명해 문무백관의 뒤를 캤다. 초반에는 황제의 권력 강화에 도움이 됐으나 동창의 위세가 커지고 일반 백성의 생활까지 간섭함으로써 그 폐해가 극에 달했다. 동창은 명나라 멸망의 한 계기를 제공했다.
서양에는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1세 때 프랜시스 월싱엄이 설립한 비밀조직이 있다. 월싱엄은 50여명의 해외 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첩보망을 구축해 왕권을 위협하는 국내외 인물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했다. 또다른 왕위 계승권자였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를 역모에 가담하도록 음모를 꾸며 처형당하게 한 것도 이 조직이란 설이 유력하다. 이런 전통을 이어온 영국은 1909년 독일 스파이 색출을 위해 비밀서비스국(SSB)이란 현대적 첩보기관을 설립한다. 이것이 지금의 국내안보부 ‘MI5’와 해외정보부 ‘MI6’의 전신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사정보 수집과 특수공작을 위해 전략사무국(OSS)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졌다가 1947년 지금 체제로 출범했다. 이후 막강한 국력과 영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거대한 정보망을 구축했다.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와 치열한 첩보전을 벌이면서 동서 냉전의 첨병 노릇을 했고, 다른 한편에선 제3세계의 반미 정부를 전복하는 공작을 벌여왔다.
냉전이 끝난 뒤 각국 정보기관이 산업정보 쟁탈전에 동원되고 있다. 첨단기술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정보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 국가정보원이 어설프게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정보를 캐내려다 발각됐다. 정보전이 공공연한 비밀이라 해도 국제적 망신을 피할 수는 없을 듯하다. 정남기 논설위원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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