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을 둘러싼
무차별 폭로전을 지양하고
무엇이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때다
무차별 폭로전을 지양하고
무엇이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때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
필자가 국정원 전신인 안기부 부장직을 마치고 국가정보기관을 떠난 지 13년이 지났다. 최근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침입 의혹과 관련하여 전직 안기부장으로서 국정원 개입 사실 여부를 떠나 국익 손실이 초래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느낀다.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언론과 정치권은 국정원의 개입 사실을 기정사실화하고 있고, 국민들도 어설픈 첩보전으로 국익에 손실을 끼친 사건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는 점에서 숙소 침입자와 그 잘못에 대한 비난보다는 외교적 손실을 막기 위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정원은 비밀활동을 펴는 국가정보기관이라는 특성상 국내외에서 전개되는 모든 활동 내용에 대해 비공개를 불문율로 한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정황상 국정원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이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NCND)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물론 국정원으로서는 사건 개입이 사실이라면 어디서 문제가 초래되었는지 되짚어보고 통렬하게 반성을 거쳐야 할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도 ‘흥신소 수준’과 같은 자극적 표현으로 국정원 때리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외교마찰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해 더이상의 국익 손실이 없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이뤄지는 첩보영화와는 엄연히 다른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 정보기관의 실수를 들추어내기보다 소리 내지 않고 물밑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는지 돌이켜본다면 의혹을 부풀리고 무분별한 책임론을 제기하는 것은 인도네시아와의 우호관계에 흠집을 내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방한 목적이 티(T)-50을 포함한 양국간 방산분야 협력과 군사 교류라는 점에 있었던 만큼 상품교역과 같은 상업적 거래와는 분명히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방산물자를 사고파는 것은 일정 부분 자국의 안위를 상대국에 의존하는 것이고 위기 때 공동대응하겠다는 암묵적 계약이다. 이는 상호 신뢰와 믿음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한국전쟁 당시 전쟁물자를 지원해주는 등 우리나라로서는 안보 측면에서 마음의 빚을 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필자도 국방부 장관 시절 인도네시아 쪽과 군사 및 안보 측면에서 밀접한 협력관계를 유지했다. 이번 사건으로 오래되고 귀한 친구를 잃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직 정보기관장으로서 국익을 위해 총성 없는 정보전쟁에 나서고 있는 현장요원들의 사기를 생각할 때 무책임하게 사태를 키우기보다는 소리 내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한쪽에서는 잃어버린 것이 없다고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도둑이 여기 있네 하고 소동을 벌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지금 시점에서는 특사단 숙소 침입사건을 둘러싼 무차별 폭로전을 지양하고 무엇이 진정으로 나라를 위하는 것인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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