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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사학 투명성 포기하는 사학법 개정안 / 김성수

등록 2011-03-03 20:02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사학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사학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논란을 빚고 있다. 사학법 개정안에는 사립학교에 대한 국고지원을 확대하는 등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내용도 있으나 2005년 개정된 사학법에서 도입한 개방형 이사제를 포함해 대학평의원회와 친족관계 이사 비율을 제한하는 규정 등을 폐지하려 한다. 전반적으로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견제장치를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그동안 교육의 근간을 형성하는 사학을 비리의 악순환으로부터 차단하고 공기로서 교육과 연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노력해온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처사이다. 역사의 시침을 거꾸로 돌리는 졸렬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한 중립적 인사를 이사로 임명하는 제도이다. 또한 대학평의원회는 교수, 교직원, 학생 등 대학의 구성원이 참여하여 사립대학의 운영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심의하는 기구이다. 일부 사학에서 이른바 족벌경영 등 과두적으로 운영되는 이사회를 적절하게 통제하는 이른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실현하는 중요기관이다.

사학법 개정안을 통하여 두 기관을 폐지하는 것은 기둥과 대들보를 사학이라는 건물로부터 해체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학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은 붕괴 위기에 직면하는 것이다.

사학법 개정안 내용 중 더욱 우려되는 것이 있다. 그동안 이른바 분리주의를 택하고 있던 법인회계와 학교회계를 통합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발상은 재원 간의 벽을 허물고 재정운용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사립학교 재정의 대부분은 학생들의 등록금이나 국고지원으로 구성된다. 이를 법인회계와 통합하는 경우에는 일부 투명하지 못한 사립학교에서 이사장이나 학교장에게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교비의 사금고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한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법인이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고 법인의 임직원에게 급료를 지급하는 등 학교운영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더욱이 사학법 개정안이 이를 감시할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를 폐지하는 경우에는 사학의 재정권과 운영권이 부패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학의 공공성과 투명성은 철저하게 포기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학법 개정안의 내용 중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학교법인이 해산하는 경우 잔여재산의 30%까지를 설립자나 그 가족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사립학교가 무슨 회사도 아닐진대 학교를 경영의 대상으로 삼아 파산하는 경우에도 학교 운영자나 설립자와 그와 친족관계에 있는 이사들에게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은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인지 혹은 투자한 지분을 보장하자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사학법 개정안에 대하여 이런 비판을 제기하면 필시 많은 사학들이 “비리 사학은 일부에 불과한데, 대부분의 건전한 사학을 의심하고 매도한다”고 역으로 비판할지 모른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교과부가 발간한 ‘2009년 사립학교 감사 백서’를 보면 2007년부터 3년간 각종 비리로 감사를 받은 대학이 40곳이며, 부정하게 회계처리가 된 액수만도 406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사학법 개정안에 대해 여당만 뭇매를 맞을 일도 아니다.

현재 야당은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7년 7월 초 이른바 로스쿨법과 연계해서 사학법 재개정안에 대해 당시 집권 여당으로서 동의해준 전력으로 보면 사학법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과연 정치권이 사학의 투명성과 공공성이라는 시대의 화두를 끝내 외면할지 국민이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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