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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문화칼럼] 날라리 나는 꼴을 두고 봐 주세요

등록 2011-03-04 20:09수정 2011-03-04 20:38

배우 김여진
배우 김여진
난 내가 모범생이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믿고 살았다. 난 매사에 진지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 나와 내가 보는 주위의 고민이 비슷했다. 무언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하면서 먹고살 수 없을까? 한국에서 30대 중반의 조연 배우로 살아간다는 건 별로 신나는 일이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하며, 진지하게 살았더니 내 삶은 점점 재미없어지고 있었다. 다른 일들을 좀 했다. 정토회라는 불교 수행단체에서 ‘마음’에 대해 배웠다. 제이티에스(JTS)라는 구호단체에서 사회공헌 팀장 일도 했다. 그렇게 영 다른 일을 해보면서, 내가 나를 좀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난 나를 오해하고 있었던 거다.

난 날라리였다.

어린 시절, 틈만 나면 설교하려 드는 어른들, 그들의 칭찬을 듣기 위해 노력을 하는 한편 숨막혀 했음을 기억했다. 학생운동을 그만둔 이유도, 난 사실 사랑하고 노래하고 노는 게 더 좋았던 거다. 연극을 하면서도 ‘목숨’ 걸고 연기하는 선배들이 처음엔 멋져 보였으나 그 공연을 오래 보고 있자면 피로해졌다. 연예인으로 살면서도 유행과 감각의 첨단 속에 있으면서, 그게 또 허망했다. 뭘 입고 먹어야 멋진 건지 일일이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게 시시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 가르치는 걸 좋아한다. 나도 나보다 어린 사람을 만나면 곧잘 그런다. 그런데 상대가 원하기 전에 하는 ‘가르침’은 그저 잔소리일 뿐임을 내 마음은 이미 알고 있었다.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전혀 다른 거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먼저 느껴보는 게 먼저다. ‘트위터’를 통해 보게 된 소식들, 현장에서 바로 올라오는 뉴스들, 슬프다, 아프다. 속상하다는 개인의 마음이 함께 실려 전달되는 일들은 훨씬 더 가깝게 다가왔다. 그중 보고 울게 되었던 말 한마디 “손 씻을 공간이 필요합니다.” 12월, 호화로운 크리스마스트리 앞에 피켓을 들고 서 있던 한 환경노동자의 말이 내 마음을 쳤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그 미안함의 힘이 홍대를 찾게 했다. 내 마음을, 내 말투로 표현하고 가감 없이 울고 웃었다. 사람들이 ‘공감’해줬다. 내 가장 사적인 감정에 “나두, 나두…”라고 서슴없이 맞장구쳐주었다. 나 역시 놀랄 정도로 그 마음들은 힘을 발휘해갔다. 모금하자, 광고 내자, 바자회를 열자, 떡국 같이 먹자, 김치랑 장판 나르자, 아예 김치를 담그자. 그렇게 신나게 응원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쳐다봤다. 놀러 왔다. 재밌어했다. 그렇게 끝을 지켜보자 했다. 이기든 지든, 어떻게 마무리되든 우리는 끝까지 옆에 있자 했다. 서로 외롭지 않게, 묻혀 버리지 않게. 날라리 외부세력들은 그렇게 놀았다.

홍익대 사태가 마무리되자마자 내게 많은 분들이 앞으로 어쩔 거냐고 물어온다. 연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얼마나 많은지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우리 마음은 알아서 잘 크고 있는데. 우리가 한 경험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 않는데….


가끔 그런 종류의 기사들을 보면 버럭 화가 날 때도 있다. 이제 막 공부에 재미 들린 아이에게 이제 본격적으로 입시공부에 돌입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엄마 같다. 그게 사랑이고 관심인 줄 우리도 안다. 그러나 숨이 막히고 재미없어지는 게 사실이다. 지 멋대로 놔두니 얼마나 신나게 잘하냔 말이다. 난 정말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을 잠시 살아본 느낌이다.

우린 훨씬 더 멋진 꿈을 꿀 수도 있다. 신나게 이뤄갈 수 있다. 관심 있다면, 그냥, 같이 놀자!!

배우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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